성산리 가는 까닭
계양산 가는 길에 아, 침 고이는 산딸기들
입으로 향하지 못하고
눈빛만 굼쩍이다 어쩌면 피눈물을 흘리며
곯고 있는지 모른다
웅-웅-웅- 슬픈 얼굴로 돌아가는
첨탑 위에 축 늘어진 전선마냥
생명을 감추고 떠나는 길, 어디까지 갈까
누구 하나 환영하는 사람 없어
벌써 스무 해 남짓
켜켜이 쌓아둔 슬픔이 눈물도 마르게 하고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데
낯선 구호들이 떠다니는 칠산 앞바다에
파도만 파도만 헉헉거린다
어차피 이 한 세상,
잠시 잠깐 짧은 여행길을 나섰다가 돌아간다거나
숨 한번 쉬고 눈 한번 깜빡일 찰나이지 않은가
성산리처럼 고요하지 못하는 마음이
날 가만두지 않으니 외쳐야 하지 않는가
어둠을 청하리라
너무 밝게 밝혀온 어둠을 어둠이게 못한 죄가
파르라니 떨고 있지 않은가
내 삶을 조금 더 어둡게 해야 하리.
* 성산리는 영광원자력발전소 바로 옆 마을이다. 그곳 사람들은 떠나고 싶어한다. 부여잡고 살아온 삶이 슬플 뿐, 어디에 살건 오만으로 살아온 그릇된 내 삶이 있을 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낭비하고 살아온 내 삶이 있을 뿐, 나는 지금 너무 밝은 곳에서 너무 밝은 곳을 쫓으며 살아왔다. 어딘가 어둠을 찾아가던지, 아니면 등 하나라도 더 꺼야겠다.
자작나무숲 마음모음
계양산 가는 길에 아, 침 고이는 산딸기들
입으로 향하지 못하고
눈빛만 굼쩍이다 어쩌면 피눈물을 흘리며
곯고 있는지 모른다
웅-웅-웅- 슬픈 얼굴로 돌아가는
첨탑 위에 축 늘어진 전선마냥
생명을 감추고 떠나는 길, 어디까지 갈까
누구 하나 환영하는 사람 없어
벌써 스무 해 남짓
켜켜이 쌓아둔 슬픔이 눈물도 마르게 하고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데
낯선 구호들이 떠다니는 칠산 앞바다에
파도만 파도만 헉헉거린다
어차피 이 한 세상,
잠시 잠깐 짧은 여행길을 나섰다가 돌아간다거나
숨 한번 쉬고 눈 한번 깜빡일 찰나이지 않은가
성산리처럼 고요하지 못하는 마음이
날 가만두지 않으니 외쳐야 하지 않는가
어둠을 청하리라
너무 밝게 밝혀온 어둠을 어둠이게 못한 죄가
파르라니 떨고 있지 않은가
내 삶을 조금 더 어둡게 해야 하리.
* 성산리는 영광원자력발전소 바로 옆 마을이다. 그곳 사람들은 떠나고 싶어한다. 부여잡고 살아온 삶이 슬플 뿐, 어디에 살건 오만으로 살아온 그릇된 내 삶이 있을 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낭비하고 살아온 내 삶이 있을 뿐, 나는 지금 너무 밝은 곳에서 너무 밝은 곳을 쫓으며 살아왔다. 어딘가 어둠을 찾아가던지, 아니면 등 하나라도 더 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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