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가고 싶다
강물에 잠긴 산들이
물결이 흔들려 흔들리는 걸로 기억하는데
산도 가끔은 그렇게
강물에 스미어 흔들려야
바로 설 수 있음을 알게 된 날
못 견디게 바다가 그립다
초록과 적당히 섞인 검푸른 색이
제 멋대로 차지하고 있는 도화지속에서
꿀렁꿀렁 파도가 치고
젖은 모래톱을 기어오르는 게 한 마리를 노리는
저 갈매기 떼의 극성이
달팽이관을 돌아 나오는 소리를 멎게 한다
아무리 절레절레 고개를 저어도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면 어묵이라도 하나 들고 싶어
바람이 털며 지나는 길 위에
노을을 닮은 포장마차를 만들어
시린 속을 데우고 싶다
적막함만 남은 밤바다에서
귀로 듣는 바다가 그리워
톡톡 튀는 저 싱싱한 은빛 생물들
태평양을 지나왔거나 아니면 저 앞에서
평영으로 떠돌다가 배영으로 튀는지 몰라도
껌뻑이는 눈빛만 형형한 등대 하나 지나
섬이 하나 홀로 솟는다
겹주름이 다갈다갈해도 빛나는 게 있듯이
아들 녀석이 그린 바다를 보고도
섬에 가고 싶다.
■시작노트■
요즘 아들녀석(민성)이 그림에 관심이 많습니다. 색감이 굉장히 화려하고 소재도 다양한 편입니다. 주로 소망하는 일들을 그리는 편인데, 살고 싶은 집, 가고 싶은 곳 등을 그립니다.
그 그림 중에 눈에 띄는 하나가 바다를 그린 겁니다. 다른 그림은 굉장히 차분한 편인데 초록과 파랑을 겹쳐 써서 굉장히 거칠게 중앙을 표현했고, 갈매기, 꽃게, 어묵가게 등이 있는 늦은 오후의 바다풍경입니다.
그림을 놓고 한참을 얘기한 뒤에 제가 시로 적었습니다. 어묵 가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왜 그렸냐니까, 바다를 보다가 추우면 어묵이 먹고 싶을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러니 하늘 사람인 게죠. 파도가 바위를 때리고, 하얀 물거품 일어나고, 바다새가 후두둑 나는 모습, 그 곳에 가고 싶은가 봅니다.
조만간 아이들 핑계대고 바다에 가야겠습니다.
자작나무숲 마음모음
강물에 잠긴 산들이
물결이 흔들려 흔들리는 걸로 기억하는데
산도 가끔은 그렇게
강물에 스미어 흔들려야
바로 설 수 있음을 알게 된 날
못 견디게 바다가 그립다
초록과 적당히 섞인 검푸른 색이
제 멋대로 차지하고 있는 도화지속에서
꿀렁꿀렁 파도가 치고
젖은 모래톱을 기어오르는 게 한 마리를 노리는
저 갈매기 떼의 극성이
달팽이관을 돌아 나오는 소리를 멎게 한다
아무리 절레절레 고개를 저어도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면 어묵이라도 하나 들고 싶어
바람이 털며 지나는 길 위에
노을을 닮은 포장마차를 만들어
시린 속을 데우고 싶다
적막함만 남은 밤바다에서
귀로 듣는 바다가 그리워
톡톡 튀는 저 싱싱한 은빛 생물들
태평양을 지나왔거나 아니면 저 앞에서
평영으로 떠돌다가 배영으로 튀는지 몰라도
껌뻑이는 눈빛만 형형한 등대 하나 지나
섬이 하나 홀로 솟는다
겹주름이 다갈다갈해도 빛나는 게 있듯이
아들 녀석이 그린 바다를 보고도
섬에 가고 싶다.
■시작노트■
요즘 아들녀석(민성)이 그림에 관심이 많습니다. 색감이 굉장히 화려하고 소재도 다양한 편입니다. 주로 소망하는 일들을 그리는 편인데, 살고 싶은 집, 가고 싶은 곳 등을 그립니다.
그 그림 중에 눈에 띄는 하나가 바다를 그린 겁니다. 다른 그림은 굉장히 차분한 편인데 초록과 파랑을 겹쳐 써서 굉장히 거칠게 중앙을 표현했고, 갈매기, 꽃게, 어묵가게 등이 있는 늦은 오후의 바다풍경입니다.
그림을 놓고 한참을 얘기한 뒤에 제가 시로 적었습니다. 어묵 가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왜 그렸냐니까, 바다를 보다가 추우면 어묵이 먹고 싶을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러니 하늘 사람인 게죠. 파도가 바위를 때리고, 하얀 물거품 일어나고, 바다새가 후두둑 나는 모습, 그 곳에 가고 싶은가 봅니다.
조만간 아이들 핑계대고 바다에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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