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의 향 기▒

속 마음

자작나무숲이이원 2003. 4. 19. 17:14
속 마음



속내를 내비치기엔

어둠이 적당하다지만

가슴까지 훌렁

벗어 젖힐 수는 없잖아요



낯선 어둠이라도

그대를 바로 쳐다볼 수 없으니

속으로 감싸안은

사랑이 오므라들더라도

달빛 따라 피는

꽃 한 송이 있다는 것만 아세요



아침 햇살을 따라 돌며

살포시 여는 제 가슴에

간직한 사연들은 모두 내 보일 테니

더 이상은 나를

그냥 내버려두지 마세요



내 생각만 한다지만

함께 살려는 마음 헤아려주시고

그대의 가슴도 온전하게

내게 보여주세요

아셨죠.


◈ 시작노트 ◈
요즘은 튤립이 한창입니다. 튤립은 해를 따라 피는 꽃이라 저녁이 되면 꽃잎을 오므립니다. 그 모습이 마치 내게 속마음을 내비치는 듯이 보입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빨갛거나 노란 꽃잎의 안은 진한 갈색이고 수술위엔 노란 꽃가루가 잔뜩 있습니다. 벌들은 연신 이 꽃 저 꽃으로 날아다니면서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고 있습니다.

튤립꽃과 벌들의 모습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봅니다. 오므릴 때 오므려야 하고 닫을 땐 닫아야 합니다. 늘 열려있다고 해서 그 사랑이 아름다울 수 만은 없고, 닫혀있는 곳에서 아름다운 사랑이 영글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오늘은 비에 오슬오슬 떨었는지 꽃이 벙글지 않네요.

자작나무숲 마음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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