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의 향 기▒

팥빙수

자작나무숲이이원 2003. 8. 24. 00:24
팥빙수





바지런한 햇살은 새벽부터

어둠을 걷고 뜨거운 햇볕을 발라선 지

운동장은 텅 비었고 대신

매미들만 좋아라 한다



늘어진 내 팔을 잡아끄는 세 아이

까만 얼굴로 배시시 웃다가

시원한 팥빙수 사달라 한다

웃음에 못 이겨 돌아누워

빤한 주머니 사정에 망설이다가도

그깟 것 못 사주겠냐 싶어

호기 부려 '그래 가자' 하면

아이들 깡총거림이 하늘에 닿고

아이들 웃음이 땅에 퍼진다



아삭아삭 얼음을 깨며

푸른 웃음으로 팥빙수를 먹는 아이들

시원한 집에 왔으니

한참을 놀았으면 싶으련만

무에 그리 그리운지 운동장으로 뛰어가고

팥빙수는 이미

아이들 웃음이 되어 핀다.



%%%시작노트%%%

누가 먼저인지 모르지만 팥빙수 먹으로 가자는 말에 가까이 있는 빙수 전문점에 갔습니다. 그네 의자가 있는 아주 시원한 곳인데 키위빙수, 팥빙수, 파르페, 아이스크림 등등 그리고 서비스로 나온 빵까지 저녁을 먹고 갔는데도 한 바탕 신나게 놀다 왔습니다. 아이들은 연신 신이 나는지 그네를 구르고 흔들의자를 구르고 난리가 아닙니다. 아마 단속을 하지 않았다면 금방 가게를 접수라도 할 기세입니다.
둘째 민수는 뭘 먹자고 분위기는 잘 띄우는데 가서는 아이스크림 조금 먹고 놀기에 바쁩니다. 이에 반해 큰 아이 민성이는 나름대로 제 실속을 다 차리는 실속파랍니다. 새침데기 민지는 요염한 공주처럼 있답니다. 워낙 땀을 많이 흘린 뒤 찾은 시원한 곳이라 주저앉아 있고 싶은 마음 간절하였지만 아쉬움을 접고 집에 돌아왔답니다. 식탐이 있는 민성이는 배아프다고 난리고 다른 아이들은 그대로 고꾸라져 잠이 듭니다.
오늘도 무척 더운 하루였는데 점심 먹으며 땀을 어찌나 많이 흘렸던지 아예 더 흘리면 괜찮겠지 싶어 두어시간 땀을 흘렸더니 바람도 한결 시원하게 불고 늦여름 무더위도 잘 견뎌낼 것 같습니다.

2003. 8. 23.

자작나무숲 마음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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