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편지 * 20040214] 참 맛있는 점심
오늘 점심은 오랜 교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하여
수양에 전념하고 계시는 은사님을 모시고
함께 하는 조심스런 자리였습니다.
소찬(素饌)이었지만 화기 넘치는 웃음이 함께 하고
스승님의 건강을 염원하고 제자의 정진을 염원하는
참 따뜻한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식탁위에는 화장지가 놓여있었는데
저는 입이 더러워지거나 음식물은 흘릴 때마다
무심코 몇 장의 화장지를 꺼내 사용했습니다.
스승님께서는 아무 말 없이 화장지 한 장을 꺼내
반으로 나누신 후 앞뒤를 돌려가며 서너 차례 사용하셨고
그마저도 버리지 않고 손안에 들고 숙소로 가시면서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2층 계단의 난간을 닦으셨습니다.
제가 쓴 화장지는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쓰레기가 되어갔지만,
스승님의 화장지는 온전하게 쓰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안 쓰고 살 수 없다면 제대로 사용하는 것도
세상을 맑히는 실천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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