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편지 * 20040211] “쉬었다 가세요”
봄 햇살 가득한 점심을 먹고 느릿한 걸음으로
봄맞이를 하며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걸음을 멈췄습니다.
건너편 신호등 밑에 소파 두개가 눈에 띕니다.
그냥 예사 소파였다면 눈에 띄지 않았을 테지만
깨끗하게 닦여 있는지 봄햇살을 받아 반짝였고
소파옆에 쓰여있는 글씨가 명화를 보고 난 뒤의 감동처럼
눈가에도 오래남았지만 그보다도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었기 때문입니다.
“쉬었다가세요. 노약자용 의자”
어르신을 배려하는 마음 뿐 아니라 놓여진 소파가
온전하게 쓰일 수 있도록 먼지가 앉을 새라
자주 닦아 둔 정성도 읽을 수 있었기에 참 흐뭇했답니다.
신호를 기다리는 짧은 순간이나마 편안하게
신호 바뀌기를 기다리시라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소파를 내어놓은 가게의 주인인 듯
아름다운 나이를 드신 중년부부의 따뜻한 웃음이
가게 문 밖으로 환히 스며 비칩니다.
우리 마음 속 봄은 그렇게 오나 봅니다.
자작나무숲 마음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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