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의 향 기▒

도를 아세요?

자작나무숲이이원 2003. 3. 3. 11:41
도를 아세요?




도심 한복판에서 나를 잡는

부드러운 손길과 미소에 이끌려

도(道)를 듣는다



"도를 아세요?"



이리 쉽게 깨칠 수 있다면

도라 부르기만 해도 도가 아니라는

먼 기억 속

노자 스승님 고단한 몸으로 함곡관을 지날 때

간절히 청해 듣지 않았을 텐데



한마음 깨치면 모두 도라는데

아린 꽃샘의 추위에 떨다 보면

따뜻한 차 한잔이 그리울 뿐 도엔 관심 없는데

스스로 제 길을 찾고

조용히 있으면서도 저절로 바른 길을 찾아가는 게

도이지 않을까, 나는 그 길을 가네

그러고 보니 도는 곧 길일세 그려



무위(無爲)로 세상을 보듬고 사랑하는 일

그게 바로 도이고 길이라는 걸 깨달은 봄날

노자를 읽는다.


▣ 시작노트 ▣

길을 지나는데, 한 젊은 아가씨가 막아선다. "도를 아세요?"라고 물으며. 자기들이 알려주는 방법으로 일주일만 수련하면 도를 깨칠 수 있다고 한다. 허허. 일주일만 수행하면 도를 깨친다면, 국가의 예산을 들여서라도 전 국민에게 도를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녕 일주일만 수행하면 깨칠 수 있다면, 나도 그 길을 가볼까? 일주일만 수행하면 깨치는 것을 왜 석가모니 부처님은 6년동안 설산에서 고행을 하셨을까, 예수님은 40일간 금식하시며 광야를 헤매셨을까, 대종사님은 20여년동안을 간절히 구도하셨을까, 갑자기 성자들의 삶이 궁금해진다.

도덕경을 꺼내 읽었다. 도는 그렇게 깨우치는 게 아님을 깨닫는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일주일이면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분명하다. 다만, 그 깨달음을 지속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일 뿐. 깨달음으로 머무르지 않고 실천으로 일관하는 것이 진정한 깨달음이라는 사실을.

"도를 아세요?"

자작나무숲 마음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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