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벗는 자작나무
햇살아래 부끄러움을 감추고
창가에 누웠을 때
자작나무 곁가지를 지나면
언가슴을 간지럽히는 바람도
내 모습을 비웃습니다.
겨울을 지내기엔
꺼풀들을 감춰둬야 하지만
한올씩 벗어내는 까닭은
사랑이 그립기 때문입니다.
가진 것이 하나도 없음을
낱없이 드러냄은
당신의 손길이 그리워지기 때문입니다.
바람은 바람대로 나를 굳게 하고
햇샇은 미소로 내 아픈 곳을 어루만지어
움터오는 새살을 키워냅니다.
살갗이 터오고,
시려 붉은 피가 가슴에 솟아오지만
그래도 벅찬 가슴이 되는 것은
당신의 눈길이 늘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굳은 땅으로 뿌리 내릴 수 있는 힘을 얻고
부끄러운 얼굴을 감춤은
내 이제, 안에 있는 모든 인연의 씨앗들을
떨구기 위함입니다.
지난 날의 아린 기억들을 이겨내고
가지 끝에 매달았던 야윈 이파리들과
기인 이별을 아눕니다. 애가 싫다며
어느 날 문득, 바람따라 산너머로 떠나간
인연의 싹들이 있고,
그래도 이별이 슬픈 잎들은
내 발아래에서 시린 발목을 잡고
기인 겨울을 함께 하기도 합니다.
마지막 꺼풀을 벗어낼 때
울음이 나올 것 같아서
바람처럼 햇살처럼
다순 눈길만 주고
디시금 밝아오는 새날에 우뚝 설 수 있게
사랑을 꿈꾸며 나 이제
마지막 한꺼풀 옷을 벗으렵니다.
부끄러우니 쳐다보진 마세요.
◀시작노트▶
미시령 고갯길 바람은 차다. 칼이다.얼굴의 땀샘을 얼린다. 다리는 감각이 없다. 얼었다. 걷는다. 쉬면 안된다. 걷고 또 걷는다.
낯선 나무 몇 그루 보인다. 동료에게 물었다. 자작나무란다. 자작나무. 유심히 보았다. 껍질이 벗겨져 있다. 맨살이다. 이제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것처럼. 묵은 때를 벗겨내듯이 껍질을 벗고 있다.
아! 나도 저럴 수 있을까. 내 삶의 궤적 가운데 내밀한 튼튼함은 자라게 하고, 밖으로 허물과 아픔과 죄의 씨앗들을 털어낼 수 있을까. 그러고 싶었다.
그게 전부다. 자작나무를 사랑하는 이유의. 한 두 그루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숲을 보았으면 싶었다. 그래서 몇 군데서 그 숲을 보았다. 그 까르르한 아이들 웃음같은 자작나무 이파리의 떨림을. 봄 햇살에 부서지듯 찰랑대는 연록의 물결을. 그래서 내 이름이 자작나무숲이다. 내 소망의 기도이다.
자작나무숲 마음모음
햇살아래 부끄러움을 감추고
창가에 누웠을 때
자작나무 곁가지를 지나면
언가슴을 간지럽히는 바람도
내 모습을 비웃습니다.
겨울을 지내기엔
꺼풀들을 감춰둬야 하지만
한올씩 벗어내는 까닭은
사랑이 그립기 때문입니다.
가진 것이 하나도 없음을
낱없이 드러냄은
당신의 손길이 그리워지기 때문입니다.
바람은 바람대로 나를 굳게 하고
햇샇은 미소로 내 아픈 곳을 어루만지어
움터오는 새살을 키워냅니다.
살갗이 터오고,
시려 붉은 피가 가슴에 솟아오지만
그래도 벅찬 가슴이 되는 것은
당신의 눈길이 늘 지켜주기 때문입니다.
굳은 땅으로 뿌리 내릴 수 있는 힘을 얻고
부끄러운 얼굴을 감춤은
내 이제, 안에 있는 모든 인연의 씨앗들을
떨구기 위함입니다.
지난 날의 아린 기억들을 이겨내고
가지 끝에 매달았던 야윈 이파리들과
기인 이별을 아눕니다. 애가 싫다며
어느 날 문득, 바람따라 산너머로 떠나간
인연의 싹들이 있고,
그래도 이별이 슬픈 잎들은
내 발아래에서 시린 발목을 잡고
기인 겨울을 함께 하기도 합니다.
마지막 꺼풀을 벗어낼 때
울음이 나올 것 같아서
바람처럼 햇살처럼
다순 눈길만 주고
디시금 밝아오는 새날에 우뚝 설 수 있게
사랑을 꿈꾸며 나 이제
마지막 한꺼풀 옷을 벗으렵니다.
부끄러우니 쳐다보진 마세요.
◀시작노트▶
미시령 고갯길 바람은 차다. 칼이다.얼굴의 땀샘을 얼린다. 다리는 감각이 없다. 얼었다. 걷는다. 쉬면 안된다. 걷고 또 걷는다.
낯선 나무 몇 그루 보인다. 동료에게 물었다. 자작나무란다. 자작나무. 유심히 보았다. 껍질이 벗겨져 있다. 맨살이다. 이제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것처럼. 묵은 때를 벗겨내듯이 껍질을 벗고 있다.
아! 나도 저럴 수 있을까. 내 삶의 궤적 가운데 내밀한 튼튼함은 자라게 하고, 밖으로 허물과 아픔과 죄의 씨앗들을 털어낼 수 있을까. 그러고 싶었다.
그게 전부다. 자작나무를 사랑하는 이유의. 한 두 그루로는 성이 차지 않았다. 숲을 보았으면 싶었다. 그래서 몇 군데서 그 숲을 보았다. 그 까르르한 아이들 웃음같은 자작나무 이파리의 떨림을. 봄 햇살에 부서지듯 찰랑대는 연록의 물결을. 그래서 내 이름이 자작나무숲이다. 내 소망의 기도이다.
자작나무숲 마음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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