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의 향 기▒

겨울 만경강(萬頃江)

자작나무숲이이원 2002. 6. 16. 10:47
겨울 만경강





아직 속까지 얼진 않았다

어쩌면 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난 그게 두렵다



얼고 싶은데 어느 날부터

내 속이 끓는다

배 띄워 흔들리는 바람처럼

살갗을 베어 가는데도

내 몸은 얼지 않는다



밤 세운 도시의 욕망은 무겁다

흐르지 않고 머무른다

머무르면서 터지고 있다



봄이라 한다

내 몸에 의지해 생명들 피는데

보듬을 가슴이 작다

냉정해져야 하는데 그냥 끓는다

봄 맞는 만경 너른 들에

썩어야 할 비닐이 난다



겨울 만경강이 봄을 맞고 있다.



◀시작노트▶

이 시의 제목은 마땅히 <봄 만경강>이어야 한다. 만경강은 김제평야의 젖줄이다. 생명이다. 그 강에 봄이 돌아오지 않는다. 도시에서 유입된 생활 하수와 오수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썩었다. 얼마나 더 썩어서 생명이 살 수 없을 때 정신을 차릴건지. 그 강가에 서서 바람을 맞았다. 훅 끼쳐오는 바람에서 역겨운 냄새가 났다. 비닐들이 춤을 추고 있다.

상긋한 봄냄새가 아니다. 흐르는 물도 아껴쓰라는 성인이 계셨다. 함부로 쓴 자연에 대한 댓가는 엄청날 것이다. 덜 써야 한다. 덜 먹어야 한다. 그래야 산다. 그래야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다.


자작나무숲 마음모음


'▒시 의 향 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강굴  (0) 2002.06.16
무설전(無說殿)  (0) 2002.06.16
노란 지붕을 가진 시골집  (0) 2002.06.16
옷을 벗는 자작나무  (0) 2002.06.16
오늘은  (0) 2002.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