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의 향 기▒

금와당(金蛙堂) 물어가는 길

자작나무숲이이원 2002. 6. 16. 10:42
금와당(金蛙堂) 물어가는 길




해 여름 길이 너무 멀고

시린 산 계곡 끄살대는 햇살이

자울자울 조으는 듯

어둠이 채 자라기 전

바삐 나선 걸음이 마구 헷갈리고

물어물어 가는 길에

한소금 후두둑 소낙비가 들이치고

까실한 옷춤새로 산별들이 초롱하니

자장(慈藏)스님 원력따라

엄지굴에 정좌하고

억겁의 세월을 정진해온

금와보살을 찾는 내 빠꼼한 눈빛은

그지없는 속물이라

쪼졸 흐르는 샘못가로

훌쩍 뛰는 작은 눈빛 개구리 한 마리

마른 목이나 축이고 가라하네.



◀시작노트▶

한 일년 부산에 산 적이 있다. 난 전라도 태생이라 맘껏 경상도를 호흡하고 싶어서 여러 곳 구석 구석 돌아다녔다.

통도사 가는 길은 꼭 고향 언덕 자락에 있던 용천사란 절을 찾는 기분이었다. 통도사를 거쳐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면 자장암이 있다. 자장율사의 수행을 돕던 황금빛 개구리 한 마리 있었단다. 자장암 뒤 샘물가에 작은 구멍뚫린 바위가 하나 있는데 그 바위안에 금와보살이 살고 있다고 한다. 금와보살은 말 그대로 금개구리 보살이다.

나도 그 굴을 쳐다보았다. 지름이 한 5센치미터나 할까. 입구는 촉촉히 젖어 있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쿵하고 머리를 치는 충격에 잠시 잠겼다. 그 안에서 개구리 한 마리 폴짝 뛰어 온 것이다. 그대로 둘일이다. 그러니 속물 아닌가.


*금와당은 통도사의 말사인 자장암에 있는데 자장율사의 수행과 한 개구리와의 전설이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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