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목
훈련기간 동안 틈나는 대로 공을 찰 생각에 축구화, 양말, 압박대 등을 여유있게 챙겼다.
양말 가운데 하나는 발목과 장딴지를 효과적으로 압박해주고 착용감이 좋아 몇 번 신고
아껴둔 것이었다.
그런데 왠걸, 막상 신으려고 하니 목이 늘어나 신을 수가 없다. 다른 것은 평상히 신던
것이라 그대로인데, 아껴둔 것이 못쓰게 된 것이다.
접물(接物)을 할 때 천지피은의 강령 중 "없어서는 살지 못할 관계"라는 법문을 염두에
두고 사는데, 어쩌면 "있는 그대로 또는 내것으로 삼는 것"에만 머물러 있는 공부는 아
닌지.
교법을 내 몸과 마음에 오롯이 녹아들지 못하게 하고, 마음공부도 그저 "있는 그대로"
"가지고 있는"데만 머물러 있다면 결국 쓸 자리에 쓸 수 없다는 사실. 늘 써야 하는 것임을
늘어진 양말목을 보고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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