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길을 걷는다
떠나오면 그리운 곳을 생각하다 떨군
몽환(夢幻)의 꿈을 주워 마음 밭에 뿌리고
얇은 옷 하나 걸치는 동안 스며오는 이슬방울
햇살에 바쳐질 별의 소망인가
꿈 속 그대와 싸웠는지 진물처럼 고이고
세월의 상처가 덧나서인지 강물처럼 흐르는
저 음흉한 고름을 보며 나 살기 위해
누군가를 미워해야 하고
누군가를 사랑해야 하나
팅팅 불은 눈가에 오슬오슬 안개를 바르면
눈물인지 모르고 흐르는 인고의 사리(舍利)들,
풀잎에 모여앉아 경배를 준비하는 동안,
신을 벗고 옷을 벗고 욕망을 벗고
내 몸에서 떨어져 나오는 외로움을
달래고 달래 함께 새벽길을 걷는다
한바탕 세상을 욕하다 문득,
그 욕 모두 내게 돌아오는 이 당연을 걷어내려면
꿈을 놓고, 마음을 바라보는 수밖에
그러다 만나는 사람과 아침을 함께 하고
소란해지는 세상이나 밝아지는 풍경이나
그 안에 내가 있고 네가 있는 게지.
자작나무숲 마음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