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의 향 기▒

프록시마를 위하여

자작나무숲이이원 2002. 11. 20. 19:29
프록시마를 위하여




잠들기전 죽음을 생각하진 않지만

생각도 없이 깊이 잠든 때에

나는 과연 어디에 있는걸까

스위치를 내리기 전 머릿골을 흐르고

눈을 감으면 아른거리는 저 우주에

티끌로 나는 극미(極微)의 점 하나 있다

찰나에 들이쉬는 억겁의 생명앞에

연록빛으로 빛나는 수 많은 별 자리들

난 그 사이를 떠다니며 꿈을 꾼다

어! 저기 별똥별 하나 떨어진다

아직 소망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늘 챙겨야 하는데, 소망이 이루어질 날

언제 내게 올지 모르니 말이다

아침이 밝아오듯 서서히 어둠에 묻히어

무량광년의 밝음을 끝으로 사멸하는 별

꿈에서조차 잊혀지려 하는데

낮은 집 천정에 붙인 야광별이 반짝인다



[시작노트]

프록시마는 알파센타우루스라고 하는 별자리에 있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 이름이다. 가끔 별을 바라보면 뭔가 희망 같은게, 아니면 아련한 그리움 같은게 생각난다.
우리 눈에 보이는 별빛에 현재는 없다. 아주 오래전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광년, 빛이 달려오는 거리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 과거의 빛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본다. 미래를 읽는다. 아이러니 같지만 좀 더 크게 세상을 보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이사를 하고 천정에 야광별을 붙여주었다. 별을 보기 힘든 아이들을 위해서 붙여준 것인데, 매우 좋아한다. 거기에서도 희망을 보았으면 하는 마음, 욕심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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