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불국사
곤니찌와,
이방의 언어들이 작은
깃발 하나를 따른다 그 뒤로
그리움 녹아든 햇살 무리
졸며 졸며 내린다
하루 해로 모자라는 이 짧은
억겁의 순간에 천년 신라를 더듬다 문득
다보탑을 다듬는 신라 돌쟁이를 만난다
정(釘)을 세우며 마음을 다잡고
내려치는 마치로는 돌조각을 떼어내는 게 아니라
제 가슴살을 쪼아내고 있다
석가탑을 다듬는 돌쟁이는 제 뼈를 갈아내고 있다
환영(幻影)일까
천년을 다듬고도 모자라 다시 무량겁을
다듬어야 할 이 질긴 불연(佛緣)의 가람에
물길 건너온 이방의 사람들 좁은 틈새로
천년을 불어오는 바람이 불고
천년을 싹 틔워 붉힌 잎새들
천년의 고요와 천년의 무게로 진다.
[시작노트]
지난 10월 중순에 경주에 다녀왔다. 비록 일박 이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경주의 진면목을 체득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벌써 10여차례 가는 곳이지만 갈 때 마다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내 눈이 열린걸까, 마음이 열린걸까. 예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이 보여지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느껴진다.
불국사엔 깃발 하나들고, 그 뒤를 따르는 일본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먼곳에서 보아도 일본사람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한걸음 한걸음, 가이드의 설명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눈빛을 보았다.
불국사 경내의 석가탑과 다보탑, 일본인 관광객들이 오버랩되면서 환영을 보았다. 저 탑은 아직 미완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아마 저 탑을 만든 석공은 이 사바 세계가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가득찬, 정토 세상을 꿈꾼 것은 아닐까.
그래서 예토인 이 땅을 맑히고자 하는 염원은 아직도 유효하다.
- 자작나무숲 마음모음 -
곤니찌와,
이방의 언어들이 작은
깃발 하나를 따른다 그 뒤로
그리움 녹아든 햇살 무리
졸며 졸며 내린다
하루 해로 모자라는 이 짧은
억겁의 순간에 천년 신라를 더듬다 문득
다보탑을 다듬는 신라 돌쟁이를 만난다
정(釘)을 세우며 마음을 다잡고
내려치는 마치로는 돌조각을 떼어내는 게 아니라
제 가슴살을 쪼아내고 있다
석가탑을 다듬는 돌쟁이는 제 뼈를 갈아내고 있다
환영(幻影)일까
천년을 다듬고도 모자라 다시 무량겁을
다듬어야 할 이 질긴 불연(佛緣)의 가람에
물길 건너온 이방의 사람들 좁은 틈새로
천년을 불어오는 바람이 불고
천년을 싹 틔워 붉힌 잎새들
천년의 고요와 천년의 무게로 진다.
[시작노트]
지난 10월 중순에 경주에 다녀왔다. 비록 일박 이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경주의 진면목을 체득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벌써 10여차례 가는 곳이지만 갈 때 마다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내 눈이 열린걸까, 마음이 열린걸까. 예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이 보여지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느껴진다.
불국사엔 깃발 하나들고, 그 뒤를 따르는 일본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먼곳에서 보아도 일본사람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한걸음 한걸음, 가이드의 설명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눈빛을 보았다.
불국사 경내의 석가탑과 다보탑, 일본인 관광객들이 오버랩되면서 환영을 보았다. 저 탑은 아직 미완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아마 저 탑을 만든 석공은 이 사바 세계가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가득찬, 정토 세상을 꿈꾼 것은 아닐까.
그래서 예토인 이 땅을 맑히고자 하는 염원은 아직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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