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의 향 기▒

가을 우체국

자작나무숲이이원 2002. 10. 24. 19:38
가을 우체국




가을 날 아름다운 것들

혼자 혼자 가슴에 담다

그대 생각나는 햇살아래서

바람에 날리는 이파리들

차곡차곡 모아둡니다


노란 은행잎 환한 웃음

붉은 단풍잎 부끄러운 웃음

바람에 날려 춤추다가

그대를 기다려 꿈꾼 날들

슬몃 슬몃 생각납니다


하늘 하늘 흔들려보면

내게 내려오는 저 맑은 하늘

은빛 억새밭 아아라히 부서지면

가슴은 벙글벙글 환하여

사락사락 내게 옵니다


가을내내 그대만 생각나

우체국 담벽에 기대어

넘치는 사랑 가슴에 새기고

가슴에 모아둔 이 가을 모두

남김없이 그대에게 보냅니다.




★시작노트★

가을이 되면 난 병을 알으니 아마 난, 가을남자인가보다. 산천따라 그렇게 취하니 말이다. 가을에 아름다운 것들이 꼭 단풍이고 갈대뿐이랴만은 고 눈에 삼삼한 것들, 마음 쉬고 몸 쉬게 하기엔 적격이다. 이렇게 가을 몇 얻었다.

난 가끔 별스런 상상을 하는데, 계절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철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것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적당히 계절지나는 것도 느꼈으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우체국 앞을 지날 때면 괜히 엽서 한장 쓰고 싶고, 편지 한장 쓰고 싶다. 내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것, 가슴으로 와닿는 따뜻한 것들 소포로 보내고 싶다.

하기야 요즘은 이메일이 그 역할을 한다지만, 어디 손으로 꾹꾹 눌러쓴 엽서나 편지만 할까, 주소를 기억하지 못하면 주소가 써진 봉투나 엽서를 준비해 가지고 다닌다면 줄서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짧은 마음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우체국 앞에서 흐르는 상념들, 편지적어 보낸다.


자작나무숲 마음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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