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이 가 꿈▒

오늘 그린 풍경화(0607) - 혼을 맺는 일

자작나무숲이이원 2002. 6. 7. 20:43
오늘 그린 풍경화 - 혼을 맺는 일





내일 동생이 결혼을 한다.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예쁜 차상을 하나 마련했다. 고운 문살에 유리를 깔고 마련한 찻상이다. 동생은 그 어떤 선물보다도 기분이 좋은가보다. 난 오래전부터 참 결혼이란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다. 결혼하여 한 여자의 남편, 세 아이의 아빠이지만 여전히 진행형인 물음이다.

이 동생 얘기부터 해야겠다. 난 이 동생이 중학교 다 닐 때부터 알았다. 이 말은 친동생은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대학 공부할 때 마음으로 기운을 모아주고 학비를 후원해 주신 내 은모(恩母)님의 아들이니, 내게는 동생이 생긴 셈이다. 이 은혜의 관계를 맺으면서 세 명의 동생을 얻었다. 큰 동생은 결혼하여 세명의 아빠가 되었고, 지금은 호주에 나가 산다. 둘째는 여동생인데 결혼하여 지금은 미국에 살고 있다. 모두가 형님 오빠하며 잘 따른다. 이렇게 피도 섞지 않은 형제들이 살갑게 지낼 수 있다는게 요즘 세상에 퍽 드문 일이긴 할게다.

내겐 남들 결혼 사진과는 유독 다른 사진이 한장 있다. 부모님과 찍은 사진인데, 친부모님과도 사진을 찍고 은부모(恩父母)님과 찍은 사진이 그것이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어쩌다 그 사진을 보면 어찌된 일인지 여간 고개를 갸웃거리는게 아니다. 한참의 설명을 듣고나서야 끄덕인다. 아무리 그래도 그 관계를 오롯하게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며칠전의 일이다. 그 날은 숙직을 서는 날이어서 좁은 숙직실에 있는데 동생과 제수씨가 인사를 왔다. 미리 오지 못해 미안하다고. 여러 얘기를 하면서 제수씨에게 시댁과 나와의 관계를 얘기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 시부모님이 다르게 보였으리라.
오늘 집에 다녀왔는데 혼수를 보내왔단다. 내 몫도 있다. 가족이라는 울을 넘어서는 또 다른 가족을 만난 셈이다.

새로운 가정을 맺는 동생 부부에게 뭔가 기억에 남는 선물을 해 주고 싶다. 그 방법이 내 오랜 염원을 전해주는 일이라 생각되어 이렇게 몇자 적는다.

첫째는 "조금씩 손해 보고 살아라"는 것이다.
세상 사람의 마음이 모두 자기가 이익을 보려는데서 모든 갈등과 반목과 질시가 생겨난다. 조금 손해를 보는 것이 내 온 삶의 기간동안 커다란 이익이 된다는 걸 알았으면 싶다. 내가 베푼 은혜 하나가 먼 훗날 더 큰 은혜가 되어 내게 온다. 물론 은혜를 베푸는 순간에는 손해니 어떠니 하는 마음조차 없어야 한다.

둘째는 "조금씩 나누고 살아라"는 것이다.
아무리 가난하다 없다 부족하다 하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내가 가진 것이 의외로 많다는 것에 놀라게 될 것이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들이 모두 내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어떤 방법이 될지 모르지만, 마음과 몸과 물질로 나누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야 더불어 살게 된다.

셋째는 "혼과 혼을 합해 살아라"는 것이다.
결혼 생활의 파행이 의외로 많은 요즘이다. 그 이면을 보면 물질적인 노예 생활을 면하지 못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본다. 하지만 혼과 혼이 만나면 물질적인 부분은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문제의 만족의 넓이와 깊이이다. 사람들은 채워져있는 만족의 기쁨보다는 채워가는 만족의 기쁨을 알아야 한다.
6/10만 만족하면 나머지 4/10는 채워가면 살아야 한다. 그래야 재밌다.

많은 말보다는 이 세 가지를 평생 간직할 선물로 주었더니 좋아한다. 행복하길 빈다. 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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