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이 가 꿈▒

오늘 그린 풍경화(0512) - 아름다운 친구여!!!

자작나무숲이이원 2001. 10. 31. 10:27
오늘 그린 풍경화 - 아름다운 친구여!!


누군가를 생각하며 가슴떨릴 수 있다는 사실이
살아가는 기쁨이 희망이 되는 아침 나절에
도시의 한 가운데에서 듣는 꾀꼬리의 울음 소리는
찌뿌둥했던 간밤의 기억을 모두 떨구어 낼 수 있는 청아함입니다.


너무 멀리 떠나온 듯 하여 돌아온 길을 뒤돌아보면
난 그저 저 바람끝자락을 타고 잠깐 졸듯 하였을 뿐인데,
5월의 햇살이 너무 좋아 그 아래 오래 걸었더니 얼굴이 화닥거려,
잠깐 들어간 느티 그늘에서 시원한 5월을 맛보았습니다.

혼자 걸어온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가는 길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사람의 눈빛이
내 가슴에 박히는 황홀함을 느끼다보면
어느새 난 이 세상의 한 가운데에서 온 세상을 내 것 삼는
무아의 지경이 되곤 합니다.

혼자라는 생각은 가끔 울고 싶을 때,
왠 사내도 울고 싶냐고 하겠지만 가끔은
눈가에 흐르는 눈물로만 우는게 아니라
내 마음강을 흘러 넘치는 가슴 떨리는 눈물이 흐르고 넘쳐
대해 장강으로 흐르는 기막힌 경험을 하는 날
어쩌면 내 마음은 봄 햇살에 녹아내리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도시에서 살다보면 자연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알기가 어렵습니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티비나 라디오에서 떠들어야
겨우 계절의 변화를 눈치챌 뿐입니다.
가끔은 무작정이라도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잠깐의 여유라도 갖다보면 이 대지에 가득찬 색색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오감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어느 노랫말에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라고 했는데,
그말이 조금 실감 납니다.
초록은 한 색인줄 알았는데,
나무마다 빛살의 농도가 다르고 반짝임도 다르고
크던지 작던지 그 잎새만큼 햇살을 담아
부지런히 농도를 짙게 하고 반짝임을 더하고 있습니다.

광주 봉선동 길가의 느티나무 그늘에서
도심의 빌딩사이로 번지는 노을빛처럼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불콰해진 얼굴로
세상을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걸쭉한 입담들이
탑탑한 막걸리만큼이나 기운돋게 합니다.
하기사 요즘은 어딜 가나 지천으로 초록이지만
다시금 생각해 볼 일은 마음밭 가에 자라는 나무들도
초록빛으로 싱싱한지 살피고 또 살피어
살피지 않아도 그 푸르름을 잃지 않도록
마음 챙겨 살펴야겠습니다.

아름다운 인연을 생각하며
계절의 흐름 한 가운데에서 그대 위한 푸르름이
더욱 짙어지기를 소망하며 오늘 하루의 풍경화 그리기를 마칩니다.


자작나무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