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이 가 꿈▒

오늘 그린 풍경화(0827) - 있어야 할 곳에 있는 아름다움

자작나무숲이이원 2001. 10. 30. 21:55
오늘 그린 풍경화 - 있어야 할 곳에 있는 아름다움







집 주위에 있는 꽃과 나무들이 영 힘이 없습니다. 장마가 끝나고 난 뒤 비가 내린지 너무 오래 되어 목말라 하는 대지의 모습이 안스럽기까지 합니다.

햇살 쉬는 노을 끝자락 그 해질녘에 서서 헤이즐럿 커피 한 잔 그려보는 여유를 생각다가 목마른 꽃나무들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고자 물을 뿌려줍니다. 꽃나무들이 온몸의 물관을 열어 방울방울 물을 빨아 드리며 감사하는 모습에 제 마음도 흐뭇해지지만, 지난 봄 우리의 마음을 졸였던 그 가뭄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지난 봄 가뭄에 "흐르는 물도 아껴 써라" 하신 성현의 말씀이 생각나 목욕하는 것도 맘껏 하지 않고 한 대야의 물로 샤워를 하곤 했습니다. 저 하나의 작은 몸짓이 가뭄을 해소하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겠지만, 이런 작은 몸짓들이 모이고 모여 커다란 함성이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풀과 나무들이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있어야 할 곳에서 다소곳이 제 자리에서 저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모습들, 한땀 한땀 제 정성으로 자라는 모습이 아이들 자라는 모습 같습니다. 그들도 땅위에 순응하며 그 시간을 따라 흐르고 있는 듯 합니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우리 사람들에게 적용해 보았을 때 과연 어떤 모습이 가장 아름다울까를 생각해봅니다. 구체적인 현상이나 사물들을 '아름답다'고 설명하기도 하지만 난 그런 "현상이나 사물"이 아닌 어떤 "느낌이나 체험"의 모습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싶습니다. 그래서 "있어야 할 곳에 있는 모든 것" 그리고 "해야 할 일을 하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때요. 그럴 듯 하지 않은가요.

오늘 하루도 "있어야 할 곳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는 아름다운 지기"가 되시길 염원드립니다. 오늘밤엔 누군가와 좀 더 따뜻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1년 8월 28일
자작나무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