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벗으며/이이원 내게 남겨진 것은 이제 하나도 없습니다. 새벽하늘 울리는 그 첫 사자후의 모습처럼 번거한 삶의 거적들을 걷어내면 살아있다는 것이나 죽음은 둘이 아닌 그것이나 괜시리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남겨진 몫 일 뿐입니다. 하나도 없는 그 꺼풀들을 또 다시 벗겨내며 어줍잖은 몸 가운데로 물 한줄기 흩뿌려봅니다. 그때, 나 살아있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하지만 그것은 죽음이 아닌 그것입니다. 나 지금, 옷을 벗고 있습니다.* 시집 <옷을 벗는 자작나무>(1996, 조선문학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