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의 향 기▒

저녁상

자작나무숲이이원 2004. 5. 25. 00:40


        저 녁 상

        잃어버린 식욕을 찾아 꾸역구역 소리없이 목젖을 넘기는 무모로 걷잡을 수 없는 포만감에 가슴이 시려 목에 걸린 식욕을 뱉어내고 속을 좀 비워두기로 하였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새로이 저녁 밥상을 차려 온 밤 새서라도 식욕이 찾아진다면 참으로 다행한 일. 저녁밥상이 걸다. 묵은 해에 좌절과 절망과 고통을 넣고 오랫동안 폭 끊인 구수한 『묵은 해국』한 사발과 달빛을 모아 어둠에 씻고 바람으로 무친 『달빛 나물』한 접시 갈대숲을 지나온 바람과 겨울 바다에 부는 성난 바람과 대밭을 지나는 바람을 모아 살짝 구운 『삼색 바람』구이 돌아간 인연이 소포로 부친 그리움과 외로움으로 담근 말간 술 한병이 있으니 이보다 더 맛진 밥상이 또 있을까. 누군가 내 저녁밥상을 차려줄 사람이 그립다.***시집 <옷을 벗는 자작나무>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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