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이 가 꿈▒

오늘 그린 풍경화(1215) - 아버님 영전에!

자작나무숲이이원 2003. 12. 16. 00:10
오늘 그린 풍경화(1215) - 아버님 영전에!





2003년 12월 12일에 소자녀 행열 등은 두어줄 애사(哀辭)를 받들어 아버님 존영전에 고백하옵나이다. 오호 아버님이시여! 이제 영영 열반(涅槃)의 길을 떠나시었나이까? 저희들은 태산이 무너지듯 정신이 아득하여 이 망극(罔極)함을 무어라 다 사뢰지 못하겠나이다.

아버님께서는 저희들을 낳으시어 자력(自力)없는 연약한 몸을 기르실 때 온갖 수고를 잊으시고 모든 사랑을 다해 주시었고 철없는 우치(愚癡)한 마음을 지도하실 때 온갖 방편을 가리지 않으시고 모든 정성을 이에 다하시어, 이제 와 저희 5형제가 각각 성가(成家)하여 인류사회에 기여할 올바른 가정을 꾸리어 11명의 귀여운 손자녀를 두시었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강원도 정선군 사북의 탄광촌에서 선산부(先産夫)의 광부로 저희 5형제를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부끄럽지 않은 자식들로 키워주셨습니다. 저희들이 모두 성장하여 광주(光州), 서울, 익산(益山) 등지로 제 갈 길을 찾아갈 때도 “약속의 땅” 사북에서 저희들이 삶에 부대끼고 일이 힘들어 찾아갈 때도 별 말씀은 없으셨어도 그 자리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강원도에서 모든 가산(家産)을 정리하고 셋째 아들과 며느리, 어린 손자녀만이 인연인 전북 익산으로 크나큰 결단을 하고 내려오시어 새로운 인연도 많이 만나시고 원불교 교당에 다니시면서 “마음공부”를 하시어 원래 요란함과 어리석음과 그름이 없는 마음을 찾으시었고, 원망하는 마음을 감사함으로 돌려 나날이 진급하는 발전하는 공부인으로 사셨습니다.

어머님은 작은 일이라도 나누며 사시는 것이라고 말기 암 환자를 돌보는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셨고, 아버님은 틈나는 대로 공중의 일터에서 제초작업과 주변 청소 등 공익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셨습니다.

아버님께서는 강원도에서 광부로 사신 20여년이 부담이 되셨는지 폐에 탄 먼지가 쌓여 생기는 진폐(塵肺)를 앓으셨고, 드디어는 폐암으로 진행되어 치료에 정성을 다하시었으나 쾌차하지 못하시고 끝내 영면(永眠)의 길을 떠나셨사옵니까?

저희 5형제의 효심이 부족 하옵고 또는 각자의 일터에서 쫓겨 살다 생전에 보은의 도리와 시봉의 절차를 온전히 이행하지 못해 매양 아버님의 마음에 만족과 위안을 드리지 못하옵다가 이제 거연히 영결(永訣)의 슬픔을 당하여 지난날을 돌이켜 보니 한이 되지 않은 일이 없고, 유감 아닌 일이 없사옵니다.

아버님이시여!
호천(昊天)이 망극한 이 은혜를 어느 때에 다시 갚겠사오리까? 마지막 숨 거두실 때 어머님과 작은 아버님, 저와 집사람, 그리고 민지만이 임종을 지키고 서울에서 내려오고 광주에서 올라오는 자식들을 끝내 기다리지 못하시고 마지막 가쁜 숨을 몰아쉴 때 얼마나 미련이 많으셨을지 짐작이 되옵니다.

홀로 남은 어머님께서도 아쉬움이 많으시겠지만 아버님께서 먼저 애착(愛着), 탐착(貪着), 원착(怨着)을 놓으시고 청정한 일념에 머무르시어 부처님의 대도에 근원하고 모든 미혹된 업을 초월하시고 인연을 따라 몸을 나투실 때 반드시 수행에 정진하시어 마침내 불과(佛果)를 얻으시며, 세상에 이익주고 대중을 구원하는 성자가 되시옵기를 간절히 축원하옵나이다.

아버님이시여!
어머님 잘 보살펴주시고 저희 5형제와 다섯 며느리, 11명의 손자녀들에게도 밝은 길 열어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저희 모두는 어머님께 못 다한 효성을 다하고 5형제 모두 화목하게 살겠다는 다짐을 드리오니 아버님 존영이시여! 하감하시옵소서.

2003년 12월 12일 불초 소자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