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린 풍경화 - 말 한마디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안개가 뿌연하다. 어젯밤에 미리 수업 준비를 다 끝 마쳤기 때문에 조심스레 출발만 하면 된다. 늦게까지 수업준비를 한 탓에 몸이 조금 찌뿌둥 하기도 하지만, 아침 기운은 여간 상쾌한 것이 아니었다. 차 앞에 가서 차와 잠깐 동안 대화를 나눈다. “별 탈 없지? 오늘 광주를 갈 건데 함께 잘 가자.”고 말을 건네고, 챙길 것은 다 챙겼는지를 꼼꼼히 따져본 뒤에 광주로 향했다.
전군로 벗나무(나는 벚나무를 꼭 이렇게 쓰고 싶다.)들이 소담스레 꽃망울을 준비하는 모습이 여간 달큼한 것이 아니다. 차는 부드럽게 잘 달린다. 안개가 조금 끼인 것이 걸리기는 했지만, 조심스레 광주에 도착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 수업은 새벽 한 시가 되어서야 끝이 난다. 그 시간에 큰 형님댁에 가자면 몸이 여간 늘어지는 것이 아니다. 키 하나를 받아서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지만, 방안에서 무슨 소리가 두런두런 들리는 걸 보니 그 때까지 잠들지 않았나 보다. 아니면 내가 문 여는 소리에 잠이 깨었던지. 조심조심 대충 씻은 후에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2시가 다 된 시간이다.
아침에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일곱 시가 조금 덜 된 시간이다. 부시시한 얼굴로 잠 깨 창을 여니 햇살이 환하다. 새벽녘에 들어올 때는 몰랐는데 창밖에 개나리가 한창이다. 그 자잘이 곰살대고 있는 노란 꽃말들이 꼭 유치원 갈 준비하는 조카녀석 얼굴 모양이다.
“작은 아빠 오셨어요.” 조금은 부정확한 목소리지만 반듯하게 인사를 한다. “그래 잘 잤니? 일주일 동안 많이 큰 것 같구나. 유치원에서 친구는 새로 사귀었니?” 짧은 물음에도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작은 아빠가 좋은지 연신 입을 놀린다. 새로 사귄 친구 얘기, 선생님 얘기, 그림 잘 그려서 칭찬 받았다는 얘기 등등.
부엌에선 된장국을 끓이나 보다. 쑥향이 아주 좋다. 얼추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밥상을 받았다. “형수님 봄향기를 다 가져다 놓으셨네요.” 입에 아주 잘 맞는 쑥국을 받아들고 너무 감사함에 환한 웃음으로 한 마디 건넸다. 형수님 얼굴이 아주 환해지고, 밥상도 덩달아 아침 햇살을 곱게 펴 바른 듯 은혜가 한 상이다.
집을 나선다. 오전에 수업 마치고 인문관 뒷편에 있는 해운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요즘 가본 집 들 중에선 가장 깔끔하고 주인 아주머니 손맛도 아주 정갈하다. 늘 그러듯이 백반을 시켰다. 3천원짜리이다. 좀 비싼 것을 팔아주지 못하는 미안함도 있지만, 얇은 주머니 사정도 고려하고 입맛도 생각하자면 내겐 가장 적당한 음식이다.
밥상엔 아주 여린 머우나물, 미나리초무침, 콩나물, 꼬막 무침, 갈치 무 졸임, 된장 국 등 해서 입안 가득 침 고이게 하는 맛들이다.
“이 된장국 끓이는 법 좀 알려 주세요.”
“어휴 밥 상에 봄이 가득이네요.”
“이 꼬막 무침은 벌교에서 먹는 맛보다 더 좋은 것 같은데요.”
아주머니가 신이 났나보다. 꼬막을 접시 가득 내오고, 행여 무슨 반찬이 떨어질세라 연신 왔다 갔다 한다. 난 아주 맛있게 점심을 먹고, 3천원을 치뤘다. 나는 어떤 비싼 밥보다도 맛있는 점심을 먹었고, 아주머니는 그 어떤 비싼 음식을 판 것보다도 기쁨을 가득 받았다. 이것이 은혜고 말 한 마디의 위력이다. 나는 칭찬하는 말을 연습처럼 한다. 이 기쁨은 아주 전염성이 강해서 두고두고 퍼져 가리라는 믿음을 갖고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안개가 뿌연하다. 어젯밤에 미리 수업 준비를 다 끝 마쳤기 때문에 조심스레 출발만 하면 된다. 늦게까지 수업준비를 한 탓에 몸이 조금 찌뿌둥 하기도 하지만, 아침 기운은 여간 상쾌한 것이 아니었다. 차 앞에 가서 차와 잠깐 동안 대화를 나눈다. “별 탈 없지? 오늘 광주를 갈 건데 함께 잘 가자.”고 말을 건네고, 챙길 것은 다 챙겼는지를 꼼꼼히 따져본 뒤에 광주로 향했다.
전군로 벗나무(나는 벚나무를 꼭 이렇게 쓰고 싶다.)들이 소담스레 꽃망울을 준비하는 모습이 여간 달큼한 것이 아니다. 차는 부드럽게 잘 달린다. 안개가 조금 끼인 것이 걸리기는 했지만, 조심스레 광주에 도착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 수업은 새벽 한 시가 되어서야 끝이 난다. 그 시간에 큰 형님댁에 가자면 몸이 여간 늘어지는 것이 아니다. 키 하나를 받아서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지만, 방안에서 무슨 소리가 두런두런 들리는 걸 보니 그 때까지 잠들지 않았나 보다. 아니면 내가 문 여는 소리에 잠이 깨었던지. 조심조심 대충 씻은 후에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2시가 다 된 시간이다.
아침에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일곱 시가 조금 덜 된 시간이다. 부시시한 얼굴로 잠 깨 창을 여니 햇살이 환하다. 새벽녘에 들어올 때는 몰랐는데 창밖에 개나리가 한창이다. 그 자잘이 곰살대고 있는 노란 꽃말들이 꼭 유치원 갈 준비하는 조카녀석 얼굴 모양이다.
“작은 아빠 오셨어요.” 조금은 부정확한 목소리지만 반듯하게 인사를 한다. “그래 잘 잤니? 일주일 동안 많이 큰 것 같구나. 유치원에서 친구는 새로 사귀었니?” 짧은 물음에도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작은 아빠가 좋은지 연신 입을 놀린다. 새로 사귄 친구 얘기, 선생님 얘기, 그림 잘 그려서 칭찬 받았다는 얘기 등등.
부엌에선 된장국을 끓이나 보다. 쑥향이 아주 좋다. 얼추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밥상을 받았다. “형수님 봄향기를 다 가져다 놓으셨네요.” 입에 아주 잘 맞는 쑥국을 받아들고 너무 감사함에 환한 웃음으로 한 마디 건넸다. 형수님 얼굴이 아주 환해지고, 밥상도 덩달아 아침 햇살을 곱게 펴 바른 듯 은혜가 한 상이다.
집을 나선다. 오전에 수업 마치고 인문관 뒷편에 있는 해운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요즘 가본 집 들 중에선 가장 깔끔하고 주인 아주머니 손맛도 아주 정갈하다. 늘 그러듯이 백반을 시켰다. 3천원짜리이다. 좀 비싼 것을 팔아주지 못하는 미안함도 있지만, 얇은 주머니 사정도 고려하고 입맛도 생각하자면 내겐 가장 적당한 음식이다.
밥상엔 아주 여린 머우나물, 미나리초무침, 콩나물, 꼬막 무침, 갈치 무 졸임, 된장 국 등 해서 입안 가득 침 고이게 하는 맛들이다.
“이 된장국 끓이는 법 좀 알려 주세요.”
“어휴 밥 상에 봄이 가득이네요.”
“이 꼬막 무침은 벌교에서 먹는 맛보다 더 좋은 것 같은데요.”
아주머니가 신이 났나보다. 꼬막을 접시 가득 내오고, 행여 무슨 반찬이 떨어질세라 연신 왔다 갔다 한다. 난 아주 맛있게 점심을 먹고, 3천원을 치뤘다. 나는 어떤 비싼 밥보다도 맛있는 점심을 먹었고, 아주머니는 그 어떤 비싼 음식을 판 것보다도 기쁨을 가득 받았다. 이것이 은혜고 말 한 마디의 위력이다. 나는 칭찬하는 말을 연습처럼 한다. 이 기쁨은 아주 전염성이 강해서 두고두고 퍼져 가리라는 믿음을 갖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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