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의 향 기▒

죠스바

자작나무숲이이원 2005. 6. 7. 15:18
죠스바



가슴을 이어도 닿지 않는 손끝 위로

견디지 못할 만큼 흐드러진 꽃을 매단채

달빛을 우러르던 꽃별들이 어느 밤

우수수 떨어질 때 아, 드디어는

달빛이 깨졌구나 싶었다




자울자울 졸며 바라보던 달빛이

희붐한 새벽길을 사뿐 걸어

내게 오는 줄도 모르고 잠든 날

가슴께서 톡톡 불거지던

초록 열매들이 다글다글 열려 익는다



버찌 알들이 흐물어지며

불그딩딩 멍든 혓바닥에 놓여지고

사립을 넘어오는 어머님 목소리 뒤로

시냇가 곱디고운 모래알로 문질러대던 그 밤,

연한 속살이 아려온다



딸내미가 죠스바 하나를 다 먹고 멍든 입으로 내게 달려든다.


자작나무숲 마음모음

'▒시 의 향 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소식  (0) 2006.11.08
꽃이 피듯  (0) 2006.11.08
얼굴을 씻다  (0) 2005.03.29
매미들  (0) 2005.03.09
불갑사 부도 밭  (0) 2004.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