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의 향 기▒

물 한 병 사들고

자작나무숲이이원 2002. 6. 27. 22:40
물 한병 사들고





목끝에 꼭 뭐 하나 걸린 듯하여

바튼 침만 뱉어내다가

한평 반짜리 가판대에서

물 한병 사들고는 그저



"허허" 한숨만 나오고

원망해 보아도 어쩔 수 없는 현실

물 한모금 들이키고

아린 목을 달래보지만



흔한 것도 아껴쓰라는 성인의 말씀

물, 그 뒤 따라 공기도 사마시지 않을 지

진정 모를 일



흔한 것도 아껴써야 하리.



◀시작노트▶


요즘은 물을 사먹는게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하지만 난 그 물을 사 먹고 자란 세대는 아니다. 고향에서 산에서 흐르는 물을 먹어도, 도내기에서 멱을 감다가 한켠으로 흐르는 물을 고무신으로 떠마셔도 탈이 나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콸콸 쏟아지는 계곡의 물을 보면 가슴이 벌렁거리게 좋다. 샘물을 길어다 먹던 어린 시절, 할머님은 한 양동이의 물로 하루 살림에 온통 사용하였다.

할아버님의 세숫물은 걸레를 빨아 방과 마루를 닦고 뒤란에 있던 솔밭(부추밭)에 호복하게 뿌려주었다. 음식준비하면서 나오는 물은 소 여물을 끓여주는데 사용했다. 설겆이 한 물도 설겆이만 마치고 버리는 법이 없었다. 반드시 두세가지 용도로 그 물을 사용한 것이다.

물은 흘러야 한다. 그 물이 흐르질 못해서 썩는 것이다. 물은 잘 스미기 때문에 넓게 펴바르면 바를수록 온전한 물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세수만 하고 그 물을 버리면 얇게 펴바르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그 물을 사먹기 시작하면서 나 죽으면 저 아프리카의 사막에 태어나 물없는 고통을 받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난 무섭기까지 하다. 아직 온전하게 그 고통 그 갈증을 체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도 아껴써라. 공기까지 사먹을까 걱정이다. 나로 인한 소비는 작을수록 아름다운 법, 넘치는 쓰는 것은 물론이고 적당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것들도 줄여쓰자. 좀 덜 쓰더라도 불편하게 사는게 어떨지.

오늘도 난 그렇게 산다. 불편한대로.

자작나무숲 마음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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