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이 가 꿈▒

결산

자작나무숲이이원 2009. 6. 23. 13:35
 

결    산



일 당하기 전에는 미리 연마하고,

일을 당하여서는 잘 취사하고,

일을 지낸 뒤에는 다시 대조하는 공부를 부지런히 하라.

(원불교 대종경 수행품 말씀)



처음 지하실은 애물단지였다. 그저 창고로나 쓰려고 했으나 습기가 문제였다. 목재와 공구가 많은 탓에 여름이면 곰팡이가 폈고 습기는 끈적끈적 온 몸에 매달렸다. 습기는 환기가 문제이지, 환기문제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결코자 했으나 창을 내는 근원적인 방법이 아니고서는 어떤 인위적인 방법도 소용이 없었다.


일단 습기나 잡아보자고 건물의 동서방향으로 두 개의 창을 내기로 했다. 맡겨서 해결하려고 하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직접 하기로 하고 콘크리트 드릴과 석재 절단기를 빌려 사흘(모든 일은 근무시간 끝나고 오후에 하니 하루에 두 세 시간 정도 일을 하게 됨)동안 60*90의 벽을 뚫었다. 하이샤시로 이중창을 달고 미장을 했다. 효과는 신기할 정도였다. 창문을 설치하고 사흘 만에 보송보송해졌다.


그렇게 한 철을 보냈는데 금년 여름에 다시 문제가 생겼다. 건물 벽에서 직접 생기는 습기는 아닌데 방울방울 매달려 있는 것이 또 다시 말썽이었다.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반지하의 윗부분에 창이 있으니 윗부분은 괜찮은데 바닥 부분은 공기의 흐름이 원활치 않아 정체된 공기가 습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아랫부분에 창을 낼 수는 없어 W사의 제습기를 구입했다. 거의 잡힌 습기라 제습기의 효과는 만족할 만했다. 습기는 말할 것도 없고 온도도 일정하여 한 여름 내내 23~24℃를 유지하였다. 바깥이 아무리 더워도 지하실 안은 늘 시원하고 상쾌했다. 쉬기에 딱 좋을 정도여서 나무 침대를 펴놓고 하룻밤을 자보았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그냥 두기엔 아까운 공간이란 것이다.


일단은 두 곳의 창고 중 한 곳은 본래의 창고 용도로 사용하고 한쪽만 리모델링을 하기로 결정하고 세 곳의 업체에 견적을 내 보았다. A사는 450만원, B사는 650만원, C사는 800만원의 견적을 냈다. 처음 생각에 한 300만원정도면 맡겨볼까도 생각했는데, 아무리 조정해도 그 가격엔 무리란다. 뭐 급한 일도 아니니 직접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일의 순서를 정했다. 해야 할 작업의 대체는 전기 공사, 페인트 공사, 목 공사, 타일 공사 등이었다.


가장 먼저 한 작업은 전기 작업이다. 등 4곳, 콘센트 5곳, 유선 설치 등의 작업이다. 인입선부터 배선도를 그려 몇 번 살핀 뒤에 난연관을 이용하여 배관을 하고 선을 연결하여 작업을 마쳤다. 특히 콘센트를 설치하면서 외부에도 하나 정도 있으면 괜찮겠다 싶어 출입문 바로 옆에 외부 등과 콘센트를 각각 설치했다.


유선은 방에서 보일러실 배관을 통해 외부로 노출시킨 후 다시 지하실로 연결하는 작업이다. 유선 선은 일전에 수거해 놓은 것을 사용했고, 연결 잭 10개, 2구 분배기 1개, 압착기를 구입하여 유선을 연결, 점검해 보니 TV가 잘 나온다. 이때부터 일을 하면서도 지루한 줄을 모르고 했다.


다음은 페인트 공사였다. 페인트를 칠하는 방법은 워낙 다양한데, 지하실이라는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고 핸디코트를 이용하여 시멘트 독과 가루를 어느 정도는 차단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20리터 백색 수성페인트 1통, 핸디코트 2통, 데코믹스 2통, 뿔 헤라 2개를 구입했다. 페인트를 칠하기 전에 오돌토돌한 면을 그라인더로 갈아냈다. 먼지가 장난이 아니었지만, 3M의 방진마스크와 보안경을 쓰니 직접 먼지를 마시는 일은 없었다. 물론 그렇게 쓰고 해도 나중에 목이 시커멓게 변해있었지만 말이다.

면을 정리한 뒤, 수성페인트로 1차 도장을 했다. 아주 꼼꼼하게 하는 작업은 아니고 붓과 롤러로 쓱쓱 칠하면 되는 일이다. 1차 도장 후 이틀을 말린 후에 2차로 핸디코트를 도장했다. 핸디코트는 바로 바르기엔 되직하여 4~6리터 정도의 물을 섞어서 발라야 한다. 25㎏통에 중간 금까지 물을 붓고 교반기(섞어주는 기계)로 잘 섞어주면 적당한 묽기가 된다. 이를 흙손(면이 고와야 하기 때문에 스테인리스로 된 것을 사용함)을 사용면에 골고루 바른 후, 흙손을 이용하여 무늬를 만든다. 흙손을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여 굴곡을 만들어 주면 된다. 다시 한 이틀을 말린 뒤 튀어나온 부분은 사포로 갈아낸 뒤 3차 도장으로 데코믹스를 바르면 된다. 데코 믹스는 연한 핑크와 비치 블루를 매치시켰다. 뿔 헤라를 사용하여 핸디코트 작업 면에 골고루 펴 바르는 간단한 일이다. 핸디코트 면을 그대로 두면 먼지가 앉고 때가 타기 때문에 데코믹스 작업으로 코팅과 방습의 효과를 만드는 것이다. 면이 더러워졌을 때도 걸레로 닦기만 하면 된다.


다음 작업은 타일 공사였다. 바닥면을 그대로 두고 마루처럼 깔 생각이었으나, 전기와 페인트 작업을 마친 뒤 청소를 해 보니 미세한 시멘트 가루가 계속 발생하여 결국 건강에 좋지 않겠다 싶어 우레탄 방수와 타일 중에서 타일을 시공하기로 했다. 압착시멘트 3포, 타일 30*30 12박스, 메지 2포를 구입했다. 바닥을 깨끗이 청소한 후 물을 뿌려 시멘트와 접착을 좋게 했다. 압착시멘트는 4~6리터의 물을 넣고 교반기로 잘 저어 사용해야 한다. 바닥면(4면이 정확하지 않음)을 분필로 나눈 후 압착시멘트를 깔고 홈 흙손으로 강하게 문지른 후 높이와 간격을 조절하여 타일을 한 장씩 시공했다. 전문가는 10여장을 동시에 하지만 나는 서너장씩 했다. 나무망치로 두드리면서 전체적인 수평을 잡아간다. 타일을 잘라서 사용해야 할 곳은 그라인더로 잘라 사용했다. 타일을 다 놓은 뒤 메지를 적당량의 물에 개어 타일 사이를 꼼꼼히 채운 뒤, 스펀지를 이용하여 닦아냈다. 대체로 만족할 만하다.


다음 작업은 목 공사인데, 모두 4가지 일이다. 천정 몰딩, 돌출 4면 마루, 벽면 루바, 바닥 마루 시공이다. 천정은 기성 3단 물결 몰딩을 구입하여 시공했다. 몰딩은 약간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작업으로 처음 작업을 하는 경우엔 면 연결 부위와 돌출 부위를 작게 제작하여 참고하면서 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마루는 돌출면에 2*2 각재를 덧댄 후 그 위에 판재를 대고 단풍나무 바닥재로 끼움 시공하였다. 벽면 루바는 제재소에서 홍송을 구입, 대패질 후 직접 시공하였다. 이 작업은 수평이 중요한데, 레이저 레벨기가 있으면 수평을 맞추기가 쉬우나, 그것이 없을 경우 투명 호스를 이용하여 수평을 맞추면 된다. 투명 호스에 물을 채워 공기가 없게 한 뒤 기준점을 찍고 기준점의 물높이를 고정하고 다른 면을 찍으면 수평이 맞게 된다. 윗면은 수평으로 처리했고 아랫면 걸레받이는 루터기로 곡면 가공을 하여 시공했다. 바닥 마루는 집성 보드를 이용하여 깔았다. 나중에 습기 등으로 불가피하게 걷어낼 일이 있을 것 같아(밑면은 타일 작업이 되어 있음) 바닥을 16개로 나누어 틀을 짜고 각각의 틀에 판재를 얹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마루는 전체가 쉽게 분해가 되는 셈이다.


이렇게 해서 작업이 끝났다. 본래 의도한 대로 베란다에서 놀고 있는 러닝머신도 내려오고 공부할 수 있는 책상을 배치하면 작업이 끝날 것 같다.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화분도 두어개 놓고 시계도 걸면 더 예쁜 공간이 될 것 같다.


다음은 지하실 리모델링에 들어간 비용이다.


1. 환기 공사

 - 하이샤시 2중창 2개 : 180,000원

 - 외부 방범망 2개 : 60,000원

 - 시멘트 1포 : 4,500원

 - 우레탄 폼 1개 : 3,000원

 - 제습기 : 186,000원


2. 전기 공사

 - 전선 : 기존에 있던 것 사용

 - 콘센트 및 연결구 5조 : 10,000원

 - 등 4조 : 53,000원(16,000*3+5,000)

 - 유선분배기, 연결 잭 : 3,000원

 - 유선 압착기 : 12,000원(공구)


3. 도장 공사

 - 수성 페인트 1통 : 35,000원

 - 핸디코트 2통 : 30,000원

 - 데코믹스(루미안) : 56,000원

 - 뿔 헤라 : 2,000원


4. 타일 공사

 - 타일(30*30) 11박스 : 88,000원

 - 타일시멘트 : 18,000원

 - 메지 2봉 : 4,000원


5. 목 공사

 - 집성보드 1장(바닥용) : 45,000원(나머지는 기존에 있던 것 사용)

 - 방부판재 4장 : 23,200원

 - 천정3단몰딩 11장 : 27,500원

 - 평몰딩 : 21,200원

 - 루바용 홍송 : 125,000원


 총합계 : 945,900원(이 가운데 제습기와 압착기를 빼면 약 750,000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