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이 가 꿈▒

오늘 그린 풍경화(0904) - 9월을 맞으며

자작나무숲이이원 2001. 10. 30. 21:53
오늘 그린 풍경화 - 9월을 맞으며






벌써 며칠 지난 9월을 보내면서
가만히 그 뜨거웠던 8월을 그려봅니다.
그러고 보니 8월을 시작할 때 난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채송화 꽃 색이 짙어지고
마당가에 피던 이름 모를 들풀들도 제각기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제자리에서 자연과 함께 하고 있고
장미 한 그루도 아이 볼 빛처럼 발그레합니다.

8월에는 어디론가 떠나기에 바빴던
일상의 연속이었습니다.
휴가라는 이름으로 산으로 들로 떠나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며
재충전의 기회를 가졌습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다보니
교통 사정, 휴가지의 바가지 요금 등등으로
낯 붉히는 일도 있었지만
한꺼풀씩 욕심의 옷을 벗고 함께 한
자연속에서 이겨낼 수 있는 일들이었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불의의 사고로
먼 나라로 간 사람도 없지 않았습니다.
새해 아침, 토정비결을 보면
'8월에는 물을 조심하라'는 내용이 나왔을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어느 일부분의 사람에게만 해당되는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내려주는 선인들의 삶의 지혜임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머물던 8월의 자리가
원래의 모습 그대로인지 뒤돌아봅니다.
수없이 많은 밀어들을 쏟아내어
산에 묻어두고 바다에 흩뿌렸던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혹여 나의 오만과 욕망 때문에
순수한 내 본래의 기도를 잊고
그저 열정으로만 다녀오지 않았는지 말입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지난 여름을 생각해 봅니다.
신록 넘실대는 산그늘에서
목마르게 그리워했던 수 많은 일상의 단상들과
어두운 밤 바다에서
바다와 하늘이 한색으로 잠들던 그 모습들을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 산과 바다에서
활력을 얻었음을 알아야 합니다.

작열하는 태양빛속에서 만 생령을 살리는
8월 그 한 가운데에서
내 인생의 또 다른 힘을 얻었음을 알기에
그 8월을 경배합니다.
서늘한 이 9월을 맞을 수 있는 기쁨도 어쩌면
우리가 힘들다고 짜증내며 열대야에 지쳐가던
그 긴 8월의 밤낮들이 있었기에
밤송이 알알이 영글고 넘실대는 금빛 물결의 들판을
바라볼 수 있는 겁니다.
그 8월이 우리에게 다 적어내지 못할 그리움을 남겨두고
새로운 삶의 이야기를 꿈꾸며
은하수 저 편에 잠들었습니다.
다시 9월을 살아야 될 힘으로 말입니다.
지금 가을이 익고 있습니다.
내 몸과 마음으로 익고 있는 알찬 수확을 위해
최선의 힘을 다할 시간으로 말입니다.


2001년 9월 4일
자작나무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