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의 향 기▒

철없는 세상의 평화

자작나무숲이이원 2004. 7. 10. 00:36

철없는 세상의 평화

 

 


딸기 농사 짓는 이모님이

못생긴 딸기를 한 소쿠리

따 내와 먹으란다.

 

'이왕이면 크고 맛있는 것좀 주지'

속으로 궁시렁 거리며,

딸기라면 예쁘고 튼실하게

생길 것이지

어쩜이리 밉게 생겼을까.

딸기가 예쁘고 싶은 마음과

밉고 싶은 마음이 있을까

오직 딸기일 따름인데.

 

"요즘 딸기는 하우스를 하지 않으면

산성비를 맞고 자라 금새 물러져서

상품성이 없단다.

세상 사람들이 미운 것은 찾지 않으니

촉진제라도 뿌려야

반짝거리고 먹음직스러우니,

보긴 이래도

햇살 받고 바람맞으며

제대로 큰 딸기란다"

이모님의 설명을 듣고는

눈 앞의 딸기가

지금껏 먹어본 그 어느 딸기보다 맛나고

고 달큰한 맛이

온몸으로 스며드는 동안

나는 철들어 가고 있다.

 

제철에 나는 과일은 구경하기 힘든

어지럽고 철없는 세상에

평화를 비는 것이 무모일까.
 


자작나무숲 이이원 마음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