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숲이이원
2004. 5. 19. 00:14
 폐결핵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가슴을 뚫고 지나는 바람이 있었다. 울대를 치며 오르는 견디기 힘든 가래를 삭이며 전쟁을 벌이고 백화점에서 사올 수도 없고 시장바닥에 주저 앉아 바꾸자고 애원할 수도 없어 그저 한번 받은 이 몸을 끌고 갈밖에 숭숭 뚫린 가슴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소망을 꽃피울 하얀 꽃씨를 모아 햇살이 자는 하얀 암벽에 심고 하늘 닮은 파란 마음을 가진 아이를 찾아 그 고운 볼에 입맞추고 불미나리가 토해낸 푸른 육각수를 들이키고 자는 바람을 깨워 불게 하고 첫 아침 햇살부터 진종일을 말리며 나, 사는 거지. 나 그렇게 살았고 지금, 가슴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당당하다. ***시집 [옷을 벗는 자작나무] 중에서자작나무숲 이이원 마음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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