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길 편 지▒

더불어 사는 도(道)

자작나무숲이이원 2006. 3. 1. 22:31
 

더불어 사는 도(道)





막내 동생이 출장을 왔다. 어머님도 뵙고 나도 만나려고 익산에 올 일이 있으면 늘 자원을 해서 출장을 오곤 한다. 막내지만 어머님을 위하는 마음이 예쁘고 어린 조카들도 잘 챙기는 듬직한 동생이다. 역으로 마중을 나가 나도 점심전이어서 함께 칼국수를 먹기로 했다. 자주 가곤 하는 은모(恩母)님 댁이어서 인사도 드릴 겸 찾아갔다.


늘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식당이라 얼른 먹고 나오려고 했으나 왕만두도 내오고 밥도 따로 내주셔서 배가 부르다. 그런데 맞은편에서 식사를 하는 자매인 듯한 두 젊은 여자가 갓난아이를 안고 식사를 한다. 애완견 한 마리도 데리고 왔다.


식당에 애완견을 데리고 오는 것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는 애견인들이 먼저 공중을 위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 주인인 듯한 여자가 사람들이 쓰는 컵으로 개에게 물을 먹이고 테이블에 음식을 놓으며 개에게 먹이고 있다. 주위에서 식사를 하는 여러 사람들이 눈살을 찌 뿌리는데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이 불쾌하기까지 하다.


식사를 마치고 자그마한 목소리로 개에겐 따로 먹여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더니 정색을 하며 발뺌을 한다. 다시 말을 하긴 뭐했지만 옆에서 지켜본 내 입장에선 영 찜찜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개를 사랑하는 마음도 자유지만 그런 모습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음을 알아서 더불어 살아가려고 하는 마음의 자세와 준비가 필요한 게 아닐까. 내가 만약 그 처지라면 개에게 물과 음식을 줄 수 있는 작은 그릇을 가지고 다니는 게 예의가 아닐지. 더불어 사는 도(道). 그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작은 배려에서 출발하는 것임을 모두가 알고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6. 2. 28. 화. 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