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돌려달라!
내 이름을 돌려달라!
- 3월 12일 근조(謹弔) 대한민국 국회
오늘 처음 경험한 일이다. 내가 정치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다니 말이다. 나는 시골에서 "정(政)은 정(正)"이라 믿고 사는 서생(書生)으로 선거 때가 돌아오면 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이 나라의 발전과 국가의 통일을 염원하던 이 나라의 국민이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 나는 울고 있다. 허나, 나를 잃어버려 내가 없다. 내가 과연 이 나라의 국민일 수 있는가, 단언컨대 나는 이 나라의 국민이 아니다. 나는 지금 울음으로 애국가를 읊조리며 목에 걸리는 분노를 삼키고, 태극기 조기(弔旗)를 내 걸며 푸른 하늘을 올려보지 못하고 있다.
이민족(異民族)의 침략 속에서도 굳건히 지켜온 이 나라인데, 국민을 위한다는 온갖 감언이설과 돈 봉투 뿌려가며 우리의 지도자라고 공갈 협박하던 너희들이 과연 이 나라의 지도자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덟 살 먹은 내 아들도 아는 세상 이치를 모르는 너희들은 과연 어느 족속이더냐?
너희들이 아무리 국민을 앞세우고 국민을 부르짖지만 나는 너희들의 국민이 아니다. 너희들 그 더럽고 가증스러운 언설(言說)앞에 국민이라는 내 이름을 절대 붙이지 마라. 아! 이 맑은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 백성의 마음이 하늘 마음이라는 진리를 모른단 말이냐?
부디 밤길 조심해라. 아니, 대낮일지라도 너희 그 추잡한 얼굴을 가리고 다녀라.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소용없는 일일 거다. 너희들들이 움직이면 구역질나는 악취가 날 테니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고 하지만,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만은 없겠다. 치워야겠다. 썩고 또 썩어서 이 땅에 푸른 소나무 하나 잘 자랄 수 있도록 깊이 깊이 묻어야겠다.
아! 가여운 족속들아, 칠천만 민족 앞에 석고대죄하는 위선이라도 보여라. 너희들의 말에는 이미 진실이 없다는 걸 알고 너희들의 행동은 국민이 안중에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리라도 해라. 아니면 차라리 죽음으로 죄의 허물을 조금이라도 덮어라.
'나아지겠지'라는 희망 하나 붙들고 오늘까지 살아왔는데, 이제 아니다. 친일반민족의 어두운 그림자 하나 걷어내지 못하는 너희들의 무능과 국민의 격앙된 목소리와 분노의 눈빛을 읽지 못하는 무지에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않고 너희들을 믿은 내 잘못에 발등을 찍고 싶다. 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너희들이 나를 볼모로 밥그릇 싸움하는 사악한 모습을 보일 때도 한때의 진통이겠거니 하는 정말 소박한 내 믿음을 원망하고 싶다. 너희들이 진정 우리말을 쓰고 쌀밥에 김치를 즐겨먹는 한민족이었더냐, 너희들은 분명 이 나라 사람들이 아니다. 이 나라 사람일 수가 없다. 그러니 '국민'이라는 내 이름을 쓰지 마라. 그건 너희의 그 더러운 입에 올릴 수 있는 이름이 아니다. 국민이라는 내 이름을 돌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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