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길 편 지▒

[숲길편지·20040202] 이 동산의 새 일꾼

자작나무숲이이원 2004. 2. 3. 07:11
 [숲길편지·20040202] 이 동산의 새 일꾼

 

 

 

 

어릴 적만 해도 온 동네가 일가다 보니
한 집 건너 사촌이고 육촌이었는데
고향을 떠나 각자의 연고지에서 터를 잡고 살다보니
형제끼리도 만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사촌과 육촌은 굉장히 가까운 친척인데도
떨어져 살다보니 먼 친척쯤으로 여겨지는 게
오늘날의 세태인 것 같습니다.
하긴 제 경우만 해도 사촌형제들은 잘 알아도 육촌 형제들은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스쳐 지나면 알아볼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설을 지낸 뒤 어머님은 홍성 작은집에 한번 가자 하십니다.
사촌 동생이 여식을 얻었다는 기별을 듣고 더 반가워하시며
내 정성으로 찾아야 가까운 법이라며 한번 가자 하십니다.


사촌 동생들 둘의 아이가 이번에 태어난 여식까지 모두 넷인데
그 아이들 이름을 모두 제가 지었거든요.

작명료 하나 받지 않고 이름을 지어주니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
제 이름을 지어주신 분이 당숙어른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에 태어난 아이에겐 도연(道淵)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이도연"인거죠. 이 세상에 참으로 많은 길이 있지만
한 두 사람이 가는 길이 아닌 수 많은 사람이 가는 길을 만들고
그 길에 생명을 불어놓는 마르지 않는 근원으로서 '못'을 생각해 지은 거랍니다.

 

해와 달이 돌고 돌아 세상을 기르고 하늘과 땅이 돌고 돌아 만물을 기르듯
가정은 부모와 자식이 인연하여 나라의 근본을 이루는 겁니다.
이 땅의 모든 생명들이 참 기쁨을 얻는 나날이 계속되었으면 합니다.
이 세상의 새 일꾼으로 이 땅에 온 '도연'이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밤입니다.

가족 여러분께서도 아이의 건강을 축복해 주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자작나무숲 마음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