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숲이이원 2004. 2. 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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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담뿍 내린 이슬방울 햇빛 없이는 안 마르고 즐거운 이 밤의 술자리, 취하지 않으면 안보내리. <詩經, 小雅, 潛露 중>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가날은 밝은데, 잠은 깨지 않고무량 근 눈꺼풀은 눈곱에 붙어있고내 몸 어느 것 하나 일으켜 세울 힘이 없어살아야지, 한참을 달랜 마음이 겨우 미적거리며버석거리는 몸 위로 내려 덮인 적막을 걷는다물상(物象)들은 저 칠흑의 대지에서버팅기지 않고 온 몸 내맡겨 서리꽃으로 활짝 피었구나어서 해가 나야할텐데이 두꺼운 얼음이 녹아 저 강물로 흐르면버들개지 연둣빛 움이 뽁하고 피리라소망 하나 안고 나선 입가에가슴 속 절망이 곰삭아 하얗게 피어나는 아, 허물 많은 사람이 세상을 살기엔버겁구나, 춥다나의 하루는 속이 아려 술 한 잔 못 넘기는데저 속없는 벗은 취하지 않으면 안 보내겠다니전생에 마신 술도 아직 깨지 않았는데내생에도 깨지 않겠구나. 어, 취한다.자작나무숲 마음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