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이 가 꿈▒
오늘 그린 풍경화(0305) - 편지
자작나무숲이이원
2003. 3. 5. 13:41
오늘 그린 풍경화 - 편지
비 오는 날은 그냥 젖어도 좋습니다. 늘 우산을 준비하지만, 때론 그 우산을 준비 못함을 탓할게 아니라 혼자일 때는 그리움으로 젖고 함께 있을 때는 사랑으로 젖고 싶으니까요. 눈 밝은 더듬이로 당신을 그리다가 밤안개로 젖는 시간을 거슬러 오르면, 난 살았는지 죽었는지 조차 모를 환희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내 모국어가 생각나지 않네요. 말로 할 수 있는 그리움은 그리움이 아니란 생각에, 말로 다 할 수 있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죠. 차라리 그 말을 잊는 게 더 나은 일인지도 모릅니다.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차근차근 젖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니까요. 낯선 길이라도 함께 걸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이별이니 미움이니 하는 말들은 내가 알고 있는 모국어가 아닙니다.
사실은 감추고 싶습니다. 그대를 만남이 얼마나 즐거움인지를 시치미 떼고 하늘보며 웃음 한 떼를 감추어둡니다. 그래도 실럿실럿 새나오는 웃음은 당신을 생각하는 상상이 현실임을 아는 탓이랍니다. 그대의 작은 눈빛이 바라보는 저녁 별빛이 초롱할 때 내 가슴엔 별들이 소곤대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전생이 있습니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오직 그 전생이 있다는 믿음뿐입니다. 그 때 나는 천상의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하늘 뜻으로 구름 빛을 닮아 가는 세월을 녹여만든 종이에 고운 그림과 하늘의 글씨로 쓰여진 책은 아무에게나 보이질 않았습니다. 내겐 무슨 능력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 글씨가 보이네요.
그것은 누군가가 이 책을 읽게 될 때쯤, 하늘문이 열린다는 하는 내용과 그 하늘문의 위치가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그 하늘문이 열릴 때쯤 해야 할 일이 적혀있었죠. 그 준비를 위해 내게 주어진 시간은 딱 24시간. 난 잠깐 동안 망설였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지만, 하지 않고 도망갈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랍니다. 내가 취할 행동에 대한 결과도 적혀 있었습니다.
그 책의 내용은 지금 살고 있는 전생의 천년전 전생에 나와 부부로 한 여인이 아이 하나를 낳고 무슨 병인지 모르지만,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는 얘기와, 그 남자도 얼마 안가 죽고 말았다는 얘기였답니다. 거기까지 읽고나자 난 아이가 어찌 되었는지 궁금해졌지요. 하지만 책장을 넘기긴 쉽지 않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유형의 책장이 아니라, 마음을 모으고 정신을 바로 해야 보이는 책이었기 때문이죠.
마음을 하나로 모았습니다. 책장이 넘어갑니다. 우리 사랑의 결정체인 아이는 온 동네 사람들의 귀여움을 나눠가지며 바르게 자라 아이가 한 번 웃으면 어떤 근심과 아픔을 가진 사람의 마음도 다 녹여내는 능력을 갖게 되었답니다.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살며 세상의 아픔을 보듬고 살던 아이는 죽어갈 무렵에 책 하나를 만들었죠. 오랜 기도를 통해 알게 된 부모님의 과거때문에 괴롭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두 분의 사랑을 위해 다시 만나게 해드려야 할 사명이 있음을 깨달은 것이죠.
그때부터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무슨 방법으로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 이어드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기도였답니다. 그 기도가 얼마나 간절했던지 죽음을 앞당겨 써야할 정도였죠. 살아갈 날들이 많은 날, 두 분이 천년이 흐른 뒤 만날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의 가능성을 찾았습니다. 하늘이 되신 어머님과 땅이 되신 아버님이 만날 수 있는 길은 하늘이 되신 어머님이 땅으로 내려오는 날 만나는 길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답니다.
그리고는 구름을 녹여 세월에 재워 둔 종이에 그 사연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잠시라도 마음이 흩어지고 정신이 요란하면 모든 일이 허사가 되기 때문에 잠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종이위에 마음으로 써 내려갔습니다. 겨우 책 쓰기를 마친 아들은 조용히 숨을 거두며 부모님의 사랑이 다시 만나는 날, 두 분을 찾아 다시 오기로 마음을 다졌습니다.
그리움이 깊어갑니다. 24시간동안 난 길을 하나 닦아야만 합니다. 다른 사람이 대신 해 줄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오직 내가 내 힘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다만 별빛이 머물며 소곤대고, 가끔 구름을 비껴가는 달빛이 아는 척을 했지만 이틀동안은 외면할 수밖에 없었죠. 그 길은 천년전 내 아내였던 그 여자만이 아는 길입니다. 우린 이미 그렇게 예정된 길을 만들고, 그 길을 찾아오고 그 길을 함께 걷도록 되어있는 것입니다.
하늘 문이 열렸습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땅의 인연을 찾아 다시 왔지만, 거의 대부분이 어디 살고 있는지 인연을 찾지 못했지만, 내가 찾고 있는 인연은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내가 만들어 논 그 길로 달음질쳐 와, 그 길을 함께 걸으며 천년의 사랑을 이어갑니다.
잠이 깼습니다. 꿈을 꾸었네요. 그대 만날 설레임에 잠못들고 뒤척이다가 꿈을 꾼 것이죠. 당신이 곁에 있네요. 당신 지금 내 마음 모르지요. 당신 눈안에 내가 있음을, 그리움을 자아서 당신의 온몸을 감싸는 내 사랑의 옷 하나를 당신에게 드립니다. 아마 당신은 이 옷을 평생토록 입고, 수없이 이어질 다음 다음 생에도 입을 겁니다.
비 오는 날은 그냥 젖어도 좋습니다. 늘 우산을 준비하지만, 때론 그 우산을 준비 못함을 탓할게 아니라 혼자일 때는 그리움으로 젖고 함께 있을 때는 사랑으로 젖고 싶으니까요. 눈 밝은 더듬이로 당신을 그리다가 밤안개로 젖는 시간을 거슬러 오르면, 난 살았는지 죽었는지 조차 모를 환희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내 모국어가 생각나지 않네요. 말로 할 수 있는 그리움은 그리움이 아니란 생각에, 말로 다 할 수 있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죠. 차라리 그 말을 잊는 게 더 나은 일인지도 모릅니다.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차근차근 젖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니까요. 낯선 길이라도 함께 걸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이별이니 미움이니 하는 말들은 내가 알고 있는 모국어가 아닙니다.
사실은 감추고 싶습니다. 그대를 만남이 얼마나 즐거움인지를 시치미 떼고 하늘보며 웃음 한 떼를 감추어둡니다. 그래도 실럿실럿 새나오는 웃음은 당신을 생각하는 상상이 현실임을 아는 탓이랍니다. 그대의 작은 눈빛이 바라보는 저녁 별빛이 초롱할 때 내 가슴엔 별들이 소곤대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전생이 있습니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오직 그 전생이 있다는 믿음뿐입니다. 그 때 나는 천상의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하늘 뜻으로 구름 빛을 닮아 가는 세월을 녹여만든 종이에 고운 그림과 하늘의 글씨로 쓰여진 책은 아무에게나 보이질 않았습니다. 내겐 무슨 능력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 글씨가 보이네요.
그것은 누군가가 이 책을 읽게 될 때쯤, 하늘문이 열린다는 하는 내용과 그 하늘문의 위치가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그 하늘문이 열릴 때쯤 해야 할 일이 적혀있었죠. 그 준비를 위해 내게 주어진 시간은 딱 24시간. 난 잠깐 동안 망설였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지만, 하지 않고 도망갈 수도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랍니다. 내가 취할 행동에 대한 결과도 적혀 있었습니다.
그 책의 내용은 지금 살고 있는 전생의 천년전 전생에 나와 부부로 한 여인이 아이 하나를 낳고 무슨 병인지 모르지만,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는 얘기와, 그 남자도 얼마 안가 죽고 말았다는 얘기였답니다. 거기까지 읽고나자 난 아이가 어찌 되었는지 궁금해졌지요. 하지만 책장을 넘기긴 쉽지 않았습니다. 눈에 보이는 유형의 책장이 아니라, 마음을 모으고 정신을 바로 해야 보이는 책이었기 때문이죠.
마음을 하나로 모았습니다. 책장이 넘어갑니다. 우리 사랑의 결정체인 아이는 온 동네 사람들의 귀여움을 나눠가지며 바르게 자라 아이가 한 번 웃으면 어떤 근심과 아픔을 가진 사람의 마음도 다 녹여내는 능력을 갖게 되었답니다.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살며 세상의 아픔을 보듬고 살던 아이는 죽어갈 무렵에 책 하나를 만들었죠. 오랜 기도를 통해 알게 된 부모님의 과거때문에 괴롭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두 분의 사랑을 위해 다시 만나게 해드려야 할 사명이 있음을 깨달은 것이죠.
그때부터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무슨 방법으로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 이어드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기도였답니다. 그 기도가 얼마나 간절했던지 죽음을 앞당겨 써야할 정도였죠. 살아갈 날들이 많은 날, 두 분이 천년이 흐른 뒤 만날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의 가능성을 찾았습니다. 하늘이 되신 어머님과 땅이 되신 아버님이 만날 수 있는 길은 하늘이 되신 어머님이 땅으로 내려오는 날 만나는 길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답니다.
그리고는 구름을 녹여 세월에 재워 둔 종이에 그 사연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잠시라도 마음이 흩어지고 정신이 요란하면 모든 일이 허사가 되기 때문에 잠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종이위에 마음으로 써 내려갔습니다. 겨우 책 쓰기를 마친 아들은 조용히 숨을 거두며 부모님의 사랑이 다시 만나는 날, 두 분을 찾아 다시 오기로 마음을 다졌습니다.
그리움이 깊어갑니다. 24시간동안 난 길을 하나 닦아야만 합니다. 다른 사람이 대신 해 줄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오직 내가 내 힘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다만 별빛이 머물며 소곤대고, 가끔 구름을 비껴가는 달빛이 아는 척을 했지만 이틀동안은 외면할 수밖에 없었죠. 그 길은 천년전 내 아내였던 그 여자만이 아는 길입니다. 우린 이미 그렇게 예정된 길을 만들고, 그 길을 찾아오고 그 길을 함께 걷도록 되어있는 것입니다.
하늘 문이 열렸습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땅의 인연을 찾아 다시 왔지만, 거의 대부분이 어디 살고 있는지 인연을 찾지 못했지만, 내가 찾고 있는 인연은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내가 만들어 논 그 길로 달음질쳐 와, 그 길을 함께 걸으며 천년의 사랑을 이어갑니다.
잠이 깼습니다. 꿈을 꾸었네요. 그대 만날 설레임에 잠못들고 뒤척이다가 꿈을 꾼 것이죠. 당신이 곁에 있네요. 당신 지금 내 마음 모르지요. 당신 눈안에 내가 있음을, 그리움을 자아서 당신의 온몸을 감싸는 내 사랑의 옷 하나를 당신에게 드립니다. 아마 당신은 이 옷을 평생토록 입고, 수없이 이어질 다음 다음 생에도 입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