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의 향 기▒

사랑마을 그림빌라

자작나무숲이이원 2003. 2. 16. 16:00
사랑마을 그림빌라





가을 노을은

조금 성미가 급한지

햇살을 보듬고

바람에 몸을 씻고

또 다른 희망을 찾아

금새 정열의 노래를 부른다.


가슴이 타는 건

아랑곳하지 않아

그저 시려 붉으면 그만이라

함께 떠난

언제나 낯선 서울행,

그 음험한 욕망 앞에

부끄러이 서 있는 작은집

사랑마을 그림빌라


내 집 아니어도

살고 싶은 맘은

노을로 적셔지는 꿈이 되어

사랑에 슬픈 사람들에겐

언제나 가슴 뜨거운 만남이 있고

희망 찾는 아이에겐

늘 그림 같은 동화가 사는 곳.


지친 욕정을 한 꺼풀 벗고

지고 온 욕망의 찌끼를 풀어

사랑에 몸을 씻고

그림을 그리고픈

그런 서울행은

사랑 마을 그림의 집을 지나며 즐겁다.


★시작노트★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서울가는 기차를 타고 한참을 선잠들어 졸다가 깨어 창밖을 보니 노을이 걸려있다. 차창이 온통 붉고 얼굴도 따라 붉어지는 때이다.

어둠에 몸을 씻고 깊은 잠 들기 위해 떠나는 길처럼, 그 노을빛에 한참을 취했다. 순간, 번쩍이는 번개만큼이나 빨리지나는 몇 채의 집이, 고만고만한 모양과 크기로 서 있는 집들인데, 집 담벽에 <사랑마을 그림빌라>라고 써 있는 것을 보았다.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난다. 왠지 그 집엔 가슴 뜨거운 만남이 있고, 설령 오해와 미움이 있다해도 다 녹아날 것 같은 집, 아이들의 재잘대는 웃음이 끊이지 않을 것 같은 집이 마음속에 그려지고, 하냥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럼 내가 사는 집은 어떨까?


자작나무숲 마음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