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의 향 기▒

노을을 그리는 바다

자작나무숲이이원 2002. 10. 6. 15:43
노을을 그리는 바다





그대와 함께

이 바다에서

이별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늘 저 바다끝으로 달려가는

그대 열정을

내 작은 가슴으로 다 잡지 못해

한결같은 소망만

파도위에 띄우고

밤바다에 홀로 섰습니다


목숨 걸고 사랑한 날이 눈물겨워

밤별 위에 흘리는 눈물

또 다시 별이 되고

순결한 시가 되는 날


저기저기

두 손 맞잡고 걷는 보랏빛 사랑.



★시작노트★

난 양희은의 '바다'라는 노래를 즐겨 흥얼거린다. "어두운 밤 바다에 바발미 불면 저 멀리 찬 바다에 불빛 가물거린다. 아무도 없어라 텅빈 이 바닷가 물결 사납게 출렁거리는데....."

서해가 가까운 복에 가끔 서해를 찾는다. 요즘 같은 가을 바다가 주는 왠지 모를 스산함과 기분도 함께 데리고 가면 가을 바다는 알맞은 밝기의 노을을 준비중이다.

노을이 지는 석양의 바다는 경건하다. 뭔가를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힘, 내지는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내게 준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면 힘이 난다. 내가 지금 왜 힘이 없는지, 왜 아픈지, 무슨 결정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면 무언가 결단의 힘이 생길 것도 같지만, 가끔은 저녁 바다가 주는 안온함에 내 영혼을 맡긴다. 그러면서 행복함을 느낀다. 그 날의 바닷가에서도 수 많은 삶의 아픔들을 풀어놓기도 하지만, 햇살이 노을빛으로 변해 서편으로 지는 찰나, 두 손 맞잡고 걷는 보랏빛 사랑도 보았다.

내 마음도 따뜻하게 데워지는 날이다. 오늘 같은 날은 따뜻한 허브차를 마시고 싶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 창문에 기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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