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의 향 기▒
술 한잔 들다말고
자작나무숲이이원
2002. 7. 22. 11:17
술 한잔 들다말고
낯선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오랜 전생이야기를
혼자 나불거리고는
술 한잔 하자기에
‘그러마’고
아무 생각없이 뱉은 말에
정말 끔찍스레
이태까지 함께 살고 있다.
새벽 이슬을 주워 모아
내 전생으로 술을 띄워
투명한 유리잔에 술을 따르고
꼭 눈물 두 방울 적셔
따끔거리는 목젖을 넘기면
희안히 번지는 기쁨.
내가 저 먼 낙원의 끝에 있을 때
별이 되는 그리움을 모아
뿌리고 다닐 때
별이 되지못한 그리움과
빈 잔으로 취하여
내가 다시
그리움으로 사는 운명.
술 한잔 들다 말고
밀려오는 그리움에
머릿골이 당긴다.
■ 시작노트 ■
난 술에 관해서는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말술도 사양하지 않는다는 '두주불사'와, 한방울의 술도 마시지 않는 '일적불음'에 자유롭기 때문이다.
하긴 요즘은 '일적불음'에 가깝긴 하다. 내가 사는 곳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대학가 주변이다. 그래서인지 밤늦도록 새벽녘까지 술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토악질을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곤 한다. 가끔은 그 소리에 잠을 깨기도 하니 말이다.
난 그다지 건강이 좋은 편은 못된다. 오죽 했으면 폐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간뎅이가 붓기까지 했을까. 폐는 다 나았지만, 간뎅이는 아직 조심해야 한다. 그러니 자연 술과는 거리를 두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지 않는가 말이다.
그래도 요즘처럼 더운 날.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면 더위가 싹 달아나는 듯한 청량감이 들지 않는가. 하긴 그 재미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지금껏 수많은 술을 마셔봤지만, 동기들과 산행을 하면서 한 여자동지가 사준 캔 맥주 하나가 가장 맛있었던 것 같다.
산행도중 한 여학생이 정신을 놓아버릴 정도로 퍼져 버려서 부득이 업고 내려올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작은 체구긴 했지만 퍼져버린 여학생은 보통 무게(?)가 아니었다. 산밑까지 내려오니 이젠 내가 퍼질 지경이었다. 그런데 여학생이 둘이나 있으니 남자체면에 그러지도 못하는데, 함께 따라 내려온 여학생이 손수건을 두른 캔 맥주 하나를 내민다. 그 산행규칙 가운데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다짐이 있었기에 손수건을 감아서 준 것이다. 그러니 난 맥주를 마신게 아니고 음료수 하나를 마신 것이다.
술은 사람이 마셔야 한다. 그런데 술이 사람을 마시려든다. 그래선 안된다. 한 잔술에 세상을 취하고 두잔술에 인생이 취하면 그만 아닌가.
자작나무숲 마음모음
낯선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오랜 전생이야기를
혼자 나불거리고는
술 한잔 하자기에
‘그러마’고
아무 생각없이 뱉은 말에
정말 끔찍스레
이태까지 함께 살고 있다.
새벽 이슬을 주워 모아
내 전생으로 술을 띄워
투명한 유리잔에 술을 따르고
꼭 눈물 두 방울 적셔
따끔거리는 목젖을 넘기면
희안히 번지는 기쁨.
내가 저 먼 낙원의 끝에 있을 때
별이 되는 그리움을 모아
뿌리고 다닐 때
별이 되지못한 그리움과
빈 잔으로 취하여
내가 다시
그리움으로 사는 운명.
술 한잔 들다 말고
밀려오는 그리움에
머릿골이 당긴다.
■ 시작노트 ■
난 술에 관해서는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말술도 사양하지 않는다는 '두주불사'와, 한방울의 술도 마시지 않는 '일적불음'에 자유롭기 때문이다.
하긴 요즘은 '일적불음'에 가깝긴 하다. 내가 사는 곳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대학가 주변이다. 그래서인지 밤늦도록 새벽녘까지 술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토악질을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곤 한다. 가끔은 그 소리에 잠을 깨기도 하니 말이다.
난 그다지 건강이 좋은 편은 못된다. 오죽 했으면 폐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간뎅이가 붓기까지 했을까. 폐는 다 나았지만, 간뎅이는 아직 조심해야 한다. 그러니 자연 술과는 거리를 두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지 않는가 말이다.
그래도 요즘처럼 더운 날.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면 더위가 싹 달아나는 듯한 청량감이 들지 않는가. 하긴 그 재미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지금껏 수많은 술을 마셔봤지만, 동기들과 산행을 하면서 한 여자동지가 사준 캔 맥주 하나가 가장 맛있었던 것 같다.
산행도중 한 여학생이 정신을 놓아버릴 정도로 퍼져 버려서 부득이 업고 내려올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작은 체구긴 했지만 퍼져버린 여학생은 보통 무게(?)가 아니었다. 산밑까지 내려오니 이젠 내가 퍼질 지경이었다. 그런데 여학생이 둘이나 있으니 남자체면에 그러지도 못하는데, 함께 따라 내려온 여학생이 손수건을 두른 캔 맥주 하나를 내민다. 그 산행규칙 가운데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다짐이 있었기에 손수건을 감아서 준 것이다. 그러니 난 맥주를 마신게 아니고 음료수 하나를 마신 것이다.
술은 사람이 마셔야 한다. 그런데 술이 사람을 마시려든다. 그래선 안된다. 한 잔술에 세상을 취하고 두잔술에 인생이 취하면 그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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