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의 향 기▒
소포
자작나무숲이이원
2002. 6. 17. 17:51
소 포
마음에 점 하나 찍고
호젓한 산길을 걷는데
동행에 없어도 넉넉한 건
삽삽한 바람이 함께 하고
다순 햇발이 눈 끝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발끝에 빛나는 들풀들이
옹살거리며 나누는 대화를 모아
가슴 가득 꽃잎을 따 모으고
칡넝쿨로 리본을 매어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이 말간 바람,
햇살 한줌도 소포로 부치고 싶습니다.
◀시작노트▶
점심이라는 말은 마음의 점이라는 뜻의 점심(點心)이다. 마음에 점 하나 찍듯 가볍게 점심을 먹고 숲속길을 걷다보면 세상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진다. 나 혼자 즐기고 있는가. 가만, 사방을 둘러보면 자연은 모두가 제멋에 겨워 그 자리에서 그렇게 아름답다.
사람은 그러질 못한다. 늘 쫓겨 살며 힘겨워한다. 언젠가 전북 진안에 있는 만덕산에서 한 여름을 보낸 적이 있다. 그 땐 점심만 먹으면 산길을 걸었다. 처음 며칠은 자연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그저 내가 걸어갈 뿐이었다. 들꽃들이 흔들리는 것도, 바람이 불고 있다는 사실도, 솔향이 향기롭다는 사실도 그냥 스쳐갈 뿐이었다.
스승님이 오셨다. 잘 지내느냐며. 점심을 먹고 함께 숲속길을 걸었다. 한 시간이나 족히 걸었을까.
"요즘 무얼 잡고 사느냐?"
".........."
"공부는 제대로 하고 있냐?"
"..........."
"어째 얼굴색이 좋지 않다. 고민 있냐?"
"..........."
"다 한 때라고 생각해라. 그 마음 끌어안고 살면서 고민하지 말아라. 어차피 마음에 점하나 찍는 일이다."
머리가 번쩍였다.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마음에 끌려서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내 안에 갊아있는 또 다른 내 마음에게 끌려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본 것이다.
새로웠다. 모든게. 가장 먼저 눈이 열렸다. 새롭게 보였다. 그 다음 귀가 열렸다. 소리가 들렸다. 너무두 아름다운 시와 노래들이 넘쳐났다. 그리고 내 몸안의 세포가 살아났다. 살갗을 간지르는 바람결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 혼자 보고 듣고 느낀다는게 아쉬웠다.
그래서 조용히 소포를 쌌다. 내 욕심껏 소포를 꾸렸지만 부피는 아담했고, 따로 돈이 들지도 않았다. 내가 마음 먹은 그 순간 내 고운 인연들 모두에게 가장 빠르게 소포를 부쳤으니.
오늘도 난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을 모아 내 아름다운 인연에게 소포를 부친다.
자작나무숲 마음모음
마음에 점 하나 찍고
호젓한 산길을 걷는데
동행에 없어도 넉넉한 건
삽삽한 바람이 함께 하고
다순 햇발이 눈 끝을
따르기 때문입니다.
발끝에 빛나는 들풀들이
옹살거리며 나누는 대화를 모아
가슴 가득 꽃잎을 따 모으고
칡넝쿨로 리본을 매어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이 말간 바람,
햇살 한줌도 소포로 부치고 싶습니다.
◀시작노트▶
점심이라는 말은 마음의 점이라는 뜻의 점심(點心)이다. 마음에 점 하나 찍듯 가볍게 점심을 먹고 숲속길을 걷다보면 세상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진다. 나 혼자 즐기고 있는가. 가만, 사방을 둘러보면 자연은 모두가 제멋에 겨워 그 자리에서 그렇게 아름답다.
사람은 그러질 못한다. 늘 쫓겨 살며 힘겨워한다. 언젠가 전북 진안에 있는 만덕산에서 한 여름을 보낸 적이 있다. 그 땐 점심만 먹으면 산길을 걸었다. 처음 며칠은 자연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그저 내가 걸어갈 뿐이었다. 들꽃들이 흔들리는 것도, 바람이 불고 있다는 사실도, 솔향이 향기롭다는 사실도 그냥 스쳐갈 뿐이었다.
스승님이 오셨다. 잘 지내느냐며. 점심을 먹고 함께 숲속길을 걸었다. 한 시간이나 족히 걸었을까.
"요즘 무얼 잡고 사느냐?"
".........."
"공부는 제대로 하고 있냐?"
"..........."
"어째 얼굴색이 좋지 않다. 고민 있냐?"
"..........."
"다 한 때라고 생각해라. 그 마음 끌어안고 살면서 고민하지 말아라. 어차피 마음에 점하나 찍는 일이다."
머리가 번쩍였다.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마음에 끌려서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내 안에 갊아있는 또 다른 내 마음에게 끌려 살고 있는 내 모습을 본 것이다.
새로웠다. 모든게. 가장 먼저 눈이 열렸다. 새롭게 보였다. 그 다음 귀가 열렸다. 소리가 들렸다. 너무두 아름다운 시와 노래들이 넘쳐났다. 그리고 내 몸안의 세포가 살아났다. 살갗을 간지르는 바람결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 혼자 보고 듣고 느낀다는게 아쉬웠다.
그래서 조용히 소포를 쌌다. 내 욕심껏 소포를 꾸렸지만 부피는 아담했고, 따로 돈이 들지도 않았다. 내가 마음 먹은 그 순간 내 고운 인연들 모두에게 가장 빠르게 소포를 부쳤으니.
오늘도 난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을 모아 내 아름다운 인연에게 소포를 부친다.
자작나무숲 마음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