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의 향 기▒

숲정이 그네

자작나무숲이이원 2002. 6. 14. 12:45
숲정이 그네





숲으로 난 길을 따르면

사이사이 만나는 길과 동행하여

발아래 소곤대는 별빛이 하늘로 오른다.



어둠에 분간 못한 일념이

땅밑으로 내려 흐르면

만선(滿船), 빨강 파랑 노랑 깃대로

풍어를 부르는 발걸음은

오직 일심이어 간절한데

칠산으로 넘실대는

그 벅찬 고기 떼를 부르는 소리가

산과 들을 달려가는데

느티 아래로 떨어진 생명은

피로 풍어를 부른다



그 너른 숲정이에

홀로 밝힌 열정이 식고

그네 매단 느티 한 그루

조용히 생명을 거두고 있다.




◀시작노트▶

몇 해전에 영광에서 한 이년 가까이 산 적이 있다. 숲정이는 영광 법성에 있는 느티나무숲이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굴비로 유명한 곳이지만, 단오맞이 행사가 아름다운 곳으로도 이름이 나 있다. 영광읍내 사는 토박이 지인과 함께 영광 곳곳을 다녔는데, 숲정이도 그 중 하나이다.

만선을 기원하며 나이 어린 사내들이 그네를 타는데, 그 중에 한 그네에서 사내가 떨어져 죽었다. 칠산 바다가 그리웠는지, 세상에 대한 그리움이 짧았는지 만선을 알리는 빨간 깃발마냥 피를 흘리고 죽어갔다. 사내의 혼이 옮겼는지 그 나무도 시들시들해지더니 끝내는 말라죽고 말았단다.

전해들은 이야기의 전부이다. 그 숲길을 되짚어 올랐다. 사내가 탔던 나무라며 한 죽은 느티나무를 가리키는데 굉장히 크다. 한참을 올라가다가 또 한 그루의 느티나무가 죽어있는 것을 본다. 어떤 욕망을 안고 죽어가는걸까.

사람의 욕심 때문에 이 나무가 죽는건 아닌지, 발길에 채이는 달빛이 아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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