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이 가 꿈▒

오늘 그린 풍경화(0511) - 위하는 마음이 은혜

자작나무숲이이원 2002. 5. 11. 22:32
오늘 그린 풍경화 - 위하는 마음이 은혜





친구녀석 하나가 부산에서 한의원을 한다. 침술이나 약이 좋다고 인정받는 한의원이다. 내게는 돌팔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곤 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연구하고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한의사이다. 이 친구와 난 대학시절 함께 자취생활을 했었다. 김해가 고향인 친구인데, 객지생활을 하는터라 솜씨 좋은 내가 주로 식사 담당과 한문공부를 지도하고, 그 친구는 내게 영어를 가르쳐주었다. 대학 시절 그 녀석의 건강과 한문 실력은 온전하게 내 몫이었고, 내 영어실력은 온전하게 그 녀석 덕이다.
가끔 난 이유도 모르고 침을 맞았지만 싫은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느닷없이 어떤 침을 놓을지 몰라서이다. 지금도 한번씩 농을 건넨다.

“야 임마. 그나마 니 돌팔이 실력은 내가 다 키워준 거다.”

그 친구도 내게 지지 않고 한마디 건넨다.

“그런 소리 마라. 니 건강 이만한 것도 다 내가 침놓아주고 약 달여 먹인 덕인 줄 알아라.”

한바탕 웃음으로 왁짜한 농담은 끝나지만, 난 그 친구에게 변함없는 믿음을 갖고 있다. 자기가 한의원을 하면서 두 가지 보감을 삼고 있는 얘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다음이 그 얘기다.

소묘 하나
 
서울의 한 한의원에서 일이다. 그 한의원에서 금산에서 가장 큰 인삼판매상에게 최상의 인삼을 신청했다. 하지만 배달된 인삼은 최상의 것이 아니었다. 반품했다. 다시 보내왔지만 또 다시 반품했다. 인삼가게에서 값을 깎아 줄테니 그냥 쓰라고 했지만, 반품했다. 신청한 최상의 인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세 번째 보내온 인삼은 그야말로 최상의 것이었다.
그 인삼 판매상은 늙은 어머님을 모시고 서울까지 올라와 보약을 지었다. 몇 십년을 인삼장사 하지만 그렇게 최상의 인삼을 찾는 곳은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무조건 믿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소묘 둘

같은 한의원에서 늘 있는 일이다.
그 한의원에서는 전 직원들이 아침마다 공부와 회의를 한다. 한의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공부하고, 전 직원이 하나 되어 친절과 봉사의 삶을 살기로 다짐을 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 시간에 꼭 빠지지 않는 의식이 하나 있다. 환자들을 위한 기도이다. 진찰과 치료, 투약 등 시술을 받은 환자들의 건강과 함께 염려하는 가족들의 마음이 편안하기를 기도한다.
이 의식중에 조금 일찍 온 환자들도 왕왕 참석하곤 했는데, 자기들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반했다나 어쨌다나. 이 일은 입소문이 나서 한의원 운영도 잘되고, 환자들의 치료효과도 좋다고 하니 그야말로 일거삼득의 효과가 아닌가.

이 친구는 내게 끊이질 않고 약을 보낸다. 그게 한 5년 전의 일이다. 내가 그걸 끊었다. 그 친구에 대한 믿음이 없어져서가 아니라 내 몸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어쩌다 바람결에 들리는 소리도 그 한의원은 여전히 번창한다는 소리이다. 내게 무엇이든지 해주려고 하는 친구인데, 녀석 안부가 궁금하긴 하다.

조만간 날 잡아야지. 해운대 바람이 날 부르면 주저하지 않고 달려가야지. 주례가는 길에 사는 그 녀석에서 걸판진 저녁상을 차리라고 해야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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