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의 향 기▒

대각리 오두마을

자작나무숲이이원 2004. 10. 20. 19:53

대각리 오두마을
-2004년 가을

 


아는 길인데, 떠나온 십수 년이 그리 긴지

가만, 여긴가 아니면 더 가야 하는지

온 몸에서 빠지는 진기대신 가을빛을 바르고

 

코에 바람 넣느라 이리 저리

도토리 줍는 다람쥐마냥 뛰는 아이들 웃음이

어느새 온 산으로 울긋불긋 퍼지나보다

가슴이 이리 저린 걸 보니 말이다

 

그 넓던 고샅은 혼자 지내기가 무서웠던지

장자태에서 내려오던 풀씨들을 불러

고요한 집 안에서 무성함의 잔치를 열어

마당도 길도 밭도 온통 차지하고 있다

 

저기쯤에서 고구마 모종이 길러졌고

저물녘 함태골 바람에 실려오던 솔 향에 취하던 때가

아, 언제였었지. 하늘을 올려보니

예전에도 저리 맑은 하늘이었는지

후다닥 지나는 늙은 쥐 한 마리

붉은 눈 망울에 어리는 산그림자가 이젠 좀 쉬자 한다.

 

* 대각리 오두마을은 전남 함평군 해보면에 있는
제 고향마을의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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